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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마스터스, 파5 콘테스트서 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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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마스터스에서 12타 차로 우승한 타이거 우즈. 당시 우즈는 선수 평균과 46야드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장타로 파 5홀들을 정복해 압승했다. [AP]


비와 천둥 번개가 쳤던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 찬란한 태양이 떴다. 마스터스 개막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간) 파 3 콘테스트장에 수많은 관중이 찾아왔다.

잭 니클라우스 등 전 마스터스 우승자들은 물론 조던 스피스, 리키 파울러, 더스틴 존슨 등 가족, 친지와 추억을 남기려는 선수들은 파3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김시우 등은 출전하지 않았다. 파 3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 본 대회인 마스터스 우승을 못한다는 이른바 '파 3의 저주'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들은 파 3가 아니라 파 5 콘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여긴다.

"우즈 97년 압도적 장타로 혼자 파 68에서 경기"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파 3, 파 4홀이 어렵다. 파 4인 5번 홀을 올해 40야드 더 늘려 선수들 부담이 크다. 대신 파 5홀은 비교적 쉽다. 마스터스에서 가장 쉬운 4개 홀은 모두 파 5홀이다. 선수들은 파 3, 파 4홀에서 지키고 파 5에서 확실히 스코어를 줄여야 우승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러프도 없고, 페어웨이는 넓은 편이며, OB도 없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장타자들이 유리하다.

타이거 우즈는 1997년 첫 마스터스 우승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323야드였다. 거리 2위와 25야드 차이가 났고, 전체 선수 평균에 비해 46야드 멀리 쳤다. 함께 경기한 콜린 몽고메리는 “인간으로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라고 했다.

당시 우즈는 파 5인 15번 홀에서 우즈는 웨지로 2온을 했다. 파 5홀들을 파 4홀처럼 경기했다. 따라서 우즈는 당시 파 68 코스에서 경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즈는 4개의 파 5홀에서 13언더파를 쳤고 12타 차로 우승했다. 그러나 파 5홀 스코어를 제외한 스코어를 따져 보면 2위 톰 카이트와 딱 1타 차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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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만발한 13번 홀은 왼손잡이 필 미켈슨에게는 꽃길이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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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거스타는 우즈에게 코스가 유린되는 것을 막으려(Tiger proof) 전장을 늘렸다. 그래도 한계는 있었다. 우즈는 2018년까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82라운드를 치렀는데 파 5홀에서는 무려 156언더파를 기록했다. 파 3홀에서는 28오버파, 파 4홀에서는 40오버파로 대단하지는 않다.

오거스타 파 5홀에서 우즈보다 더 유리한 선수는 필 미켈슨과 버바 왓슨 등 왼손 거포들이다. 오거스타에서 98라운드를 치른 필 미켈슨은 파 5홀에서 204언더파를 치고 3차례 우승했다. 버바 왓슨도 38라운드를 치렀는데 파 5홀에서 기록한 71언더파에 힘입어 2번이나 그린재킷을 입었다.

왼손잡이 유리...미켈슨 파5홀서만 204언더파

오거스타 파 5홀 4개 중 3개가 왼쪽으로 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홀에서는 샷을 왼쪽으로 돌려 쳐야 한다. 왼손잡이에게는 페이드, 오른손잡이 골퍼는 드로샷이다.

페이드샷은 거리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드로샷은 런이 많이 생겨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리 트레비노는 “페이드와는 대화해볼 수 있는데, 드로에게는 말이 안 먹힌다”고 농담을 했다.

575야드의 2번 홀 왼쪽 숲은 ‘오거스타 여행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왼쪽으로 돌려 치려다 훅이 나 숲에 빠지면 대형 사고가 터진다. 컷탈락하고 예정보다 일찍 집에 가야하니 여행사에 전화를 해야해서 오래전 이런 별명이 붙었다.

8번 홀은 두 번째 샷을 왼쪽으로 돌려쳐야 그린에 올릴 수 있다. 13번 홀은 진정 왼손잡이를 위한 홀이다. 페어웨이 왼쪽 개울쪽으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 선수들은 드로샷을 치다간 낭패를 본다. 반면 왼손잡이 선수들은 큰 어려움 없이 페이드를 쳐 2온을 노릴 수 있다.

미켈슨은 13번 홀에서만 74언더파, 왓슨은 27언더파를 기록했다. 미켈슨의 라운드 당 파 5홀 평균 기록은 2.12언더파로 역대 참가 선수 중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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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는 장타에도 불구하고 13번 홀에서 큰 재미를 못 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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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왓슨과 똑같이 38라운드를 했으며 거리도 비슷한 로리 매킬로이는 13번 홀에서 통산 19언더파에 불과하다. 왓슨에 비해 8타를 더 쳤다. 매킬로이가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김시우는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김시우는 "지난해 점수를 줄여야 할 파 5인 2번 홀 성적이 좋지 않아 더 신경 쓰고 있다. 8번 홀에서는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드로를 걸어 2온을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2, 4라운드에 다시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비가 오면 런이 적어 샷거리가 길지 않은 선수들은 파 5홀에 두 번에 가기 어렵다. 그러나 비가 아주 많이 와서 아무도 2온을 못한다면 장타자들의 장점도 씻겨 내려간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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