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의 핵심증인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또 법정에 불출석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23일·2월18일·3월22일에도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닫히고 거주자가 없음) 등을 이유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0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기일에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20여분만에 종료됐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24일 김 전 기획관을 다시 소환해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가족의 재산 등을 관리하는 ‘집사’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총무기획관직을 수행하는 등 약 40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다스 소송비 대납을 요청했고, 국가정보원에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청했다는 점 등을 검찰에 털어놓았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주요 증인들이 잇달아 불출석하면서 공전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재판부가 삼성에 다스 소송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석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려 했으나 김 변호사가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공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12일 이들의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은 상황이다.
주요 증인들이 반복해서 불출석할 경우,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증인들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날도 “김 전 기획관은 이미 본인에 대한 소환 사실을 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재판부가 검토해서 구인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구인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사망·도피 등으로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 314조에 의해 재판부는 해당 진술조서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정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한 현직 법관은 “변호인이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해당 증인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탄핵하려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했음에도 부득이하게 증인이 출석하지 못했을 경우, 재판부가 검찰 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해 증거 활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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