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이상주 변호사만 증인 채택…17일 신문기일 지정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또 증인 불출석…24일 재차 소환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0일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을 열고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를 신청한 취지는 사실관계보다는 법리 판단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도 1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다 동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뇌물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와 대화가 없었다고 증언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 수수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상주 변호사에 대해서는 이팔성 전 회장에게 직접 뇌물을 받아 전달한 역할을 했고, 사실관계에서도 추가로 확인할 점이 있다"고 밝혔다. 증인 신문 기일은 이달 17일 오후로 지정됐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그간 김 여사를 증인으로 법정에 부를 것인지를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왔다.
검찰은 2007년 1월 이팔성 전 회장이 김윤옥 여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지는 못했다.
이 범죄사실에 대해 1심이 "대통령 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던 당시에는 이 전 대통령이 '공무원이 될 자'였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수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김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혐의를 유죄로 뒤집는 데에는 법리적 판단으로 충분한데, 검찰이 가족을 증언대에 세워 '망신주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날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기각하자 검찰은 즉각 발언 기회를 얻어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증인을 신청했고, 이팔성 전 회장의 증인 신문 내용을 봐도 김 여사의 신문 필요성이 충분히 확인됐다"며 "재판부가 사건 관련성이 떨어지는 다른 증인들을 채택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검찰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선 경우는 없다.
앞서 200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으로 설립한 회사를 돌려달라며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김옥숙 여사가 증인으로 선 사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날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집사'라는 별명으로 불린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각종 뇌물수수 혐의를 실토한 인물로, 항소심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증인 신문 기일을 이달 24일로 다시 지정했다.
다만 구인 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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