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와 광저우의 2019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 리그 2차전이 12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렸다. 대구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DGB대구은행파크, 이른바 ‘대팍’이 축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대팍’의 대박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세워진 패러다임과 작별을 뜻하기도 한다.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축구전용구장 7개의 탄생은 월드컵 개최에 따른 큰 선물이었고 거기서 한국 축구의 붐업이 이뤄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광활한 경기장은 A매치에선 나름 좋은 그림을 그려냈으나 K리그에선 애물단지가 됐다. 축구전용구장은 아니지만 역시 월드컵을 계기로 건립된 7만 규모의 대구스타디움에서 걸핏하면 1000명도 못 미치는 관중이 찾아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도시재생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는 관중수용규모 1만2000여명의 작지만 힘 있는 경기장 ‘대팍’은 그런 면에서 K리그의 새출발을 알린다.
그런 ‘대팍’이 수도 서울에도 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6일 서울이랜드의 천안종합운동장 홈 개막전을 다녀왔다. 지금 세계적인 도시 서울엔 K리그를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단 하나, 서울월드컵경기장 말고는 없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제100회 전국체전을 위해 공사 중이고 동대문운동장은 사라진 지 어느 덧 10년이 넘었다. 목동운동장엔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효창운동장에도 역시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데 이 곳은 철거 논란에 빠져 있다. 천안종합운동장을 가보니 최고 수준의 잔디와 손색 없는 전광판 등 프로 경기를 하기에 좋은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다. 천안시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 100㎞ 남쪽까지 내려와 홈 경기를 치러야 하는 현실이 서글픈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이랜드는 천안에서 10차례 홈 경기를 한 뒤 다시 잠실로 돌아간다. 그러나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일대가 2023년 복합개발을 예정해놓고 있어 서울이랜드(물론 구단이 그 때까지 존재해야 한다)의 앞날은 갈수록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스포츠서울DB |
꼭 서울이랜드 때문에 하는 얘기는 아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강남이나 재개발을 통해 활력을 찾고자하는 서울 몇 군데에 1만명짜리 축구전용구장을 꿈꾸는 것이 사치일까. 구장이 꼭 프로나 엘리트 축구인들의 전유물만도 아닐 것이다. 평소엔 프로축구가 열리고 주중이나 A매치 기간엔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번 쯤 밟아보고 싶은 경기장이 될 수도 있다.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서울의 ‘대팍’도 분명히 제 구실을 할 것으로 본다.
지금 국제대회 유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잠실과 고척, 목동 등 야구장을 보면 부럽다.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구장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잠실 복합개발과 함께 새 야구장이 완공되면 그 곳은 누구나 찾는 대중적인 장소로 인기를 더할 것이다. 수도 서울의 축구장, K리그 경기장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지금 같아선 무너진 동대문운동장의 존재가 간절하다. 이달 말 서울특별시 축구협회장 선거도 열린다고 하는데 후보를 비롯해 서울의 축구인들, 더 나아가 한국의 축구인들이 1000만 도시에 축구전용구장이 하나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했으면 한다. 서울에도 작지만 힘 있는 구장 ‘대팍’이 생겼으면 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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