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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야구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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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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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애틀랜타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LA 다저스 매니 마차도가 때린 타구는 다저스타디움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관중석 맨 앞자리 글러브를 끼고 있던 소년 도노반은 그 공을 직접 잡은 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펄쩍펄쩍 뛰었다. 더 믿어지지 않는 일은 그날이 바로 도노반의 생일이었다는 점. 홈런공은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그리고 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 옆 복도에서 마차도가 나타났고 그 공에 ‘생일 축하’ 사인을 직접 해 줬다. MLB.com은 “오늘보다 더 멋진 생일을 꼭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며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야구는 때로 그 자체로 선물이다. 추신수(텍사스)는 지난해 47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세운 뒤 “야구의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마리아노 리베라 역시 만장일치로 명예의전당에 오른 뒤 “야구의 신이 준 선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디 고든은 3월30일 지역 신문 시애틀 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고마워요 이치로’라는 제목에 디 고든과 이치로가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 함께했다. 고든은 ‘당신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비쩍 마른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와 함께 뛸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적었다. 은퇴한 이치로를 위한 선물이었다.

NC 포수 양의지도 선물을 준비했다. 지난 5일 NC는 잠실에서 두산과 경기를 했다. 시즌 첫 맞대결이었다. 양의지가 두산에 입단한 게 2006년이었다. 13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했다. 두산은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던, 친정팀이었다.

첫 경기를 앞둔 오후, 야구장 대신 소속 에이전시 사무실을 찾았다. 쿠키와 슈크림을 차곡차곡 플라스틱 상자 안에 쌓아가며 포장했다. 밖에 적을 문구를 고민 끝에 정했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두산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양의지 드림.’ 골든글러브 시상식 사진을 더해 출력했고, 상자 하나하나에 일일이 붙였다.

홈팀 훈련이 끝난 오후 5시, 양의지는 과자 선물을 한 보따리 들고 두산 사무실을 찾았다. 김태룡 단장을 비롯해 구단 프런트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물론,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사직구장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롯데 선수들은 이날 한화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모여 서서 모자를 벗고 묵념을 했다. 이날은 롯데를 너무 사랑했던 최효석 전 부산 MBC 해설위원의 1주기였다. ‘둠씨’라는 예명으로 온라인에서 롯데 소식을 전했고, 롯데를 너무 사랑해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우고 해설위원이 된 열혈 팬이었다. 1년 전 이날 해설을 준비하다 쓰러진 뒤 세상을 떴다. 사직구장 전광판에 최 위원의 영상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흘렀다. 선수들의 묵념은 추모이자 야구를 사랑한 이를 향한 선물이었다.

야구는 선물로 더욱 풍성해진다. 팬들의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은 이들은 다시 선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 바다 건너에서 뛰는 강정호(피츠버그)는 8일 강원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해 3000만원을, 화재 진압을 위해 애쓴 소방관들을 위해 1000만원을 선물했다. 박병호(키움)와 황재균(KT)도 강원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해 1000만원을 선물했고, 프로야구 선수협회도 2000만원을 기부했다. 이대호 선수협회장도 1000만원을 따로 보탰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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