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전경/사진=이동훈 기자 |
어렵사리 모인 3월 국회가 '빈손'으로 끝났다. 4·3 보궐선거를 두고 각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편 등 민생·쟁점법안은 다시 4월 국회로 유예했다. 여야가 3월 국회를 시작하며 통과를 약속했던 사안들이다.
여야가 4월 국회 소집에 합의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학의 특검·추가경정예산·선거제 개편 등 연초부터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강원도 산불이 한창인 4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이석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여야 사이 분위기가 급랭했다.
이번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으로 국회에 시선이 쏠리는 시선이 줄어드는 것도 국회 논의에 힘을 뺀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박영선·김연철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하면 또다시 정국이 시계제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합의한 4월 국회 일정은 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한달이다.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편 논의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 의원총회에서 "무엇보다도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최저임금제도 개편을 위한 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3월 국회에서 무산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에 대한 합의를 마친 것을 거론하며 "경제계도 하루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구한 내용을 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경사노위 합의안에 따라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1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 대치가 팽팽하지만 이미 일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추가 계도기간이 지난달 31일로 끝난 상황인 만큼 여야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높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맞설 대안법안 추진에 나서는 한편 '김학의 특검법' 등 대여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3월 국회를 앞두고 '국민부담 경감 3법'과 '소득주도성장 폐지 3법'을 우선순위 법안으로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를 두고 청문회 정국이 이어지면서 여야 간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부동산 가격 공시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 등 '국민부담 경감 3법'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최저임금제 개선·주휴수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 등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폐지 3법'을 한국당의 1순위 처리 법안으로 내세운 바 있다.
또한 한국당은 '김학의 특검법' 선제 발의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곽상도 한국당 의원의 수사개입 의혹 등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드루킹 재특검 등도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전면전에 나설 계획이다.
추가경정예산편성도 뇌관이다. 민주당은 미세먼지 문제와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등 국가적 재난 복구를 위해 꼭 필요한 추경안이라며 야당에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맞서는 한국당은 미세먼지 관련 추경 예산 이외에 경기부양을 위해 편성하는 추경은 '총선용 예산'으로 보고 강력히 저지할 계획이다.
선거제 개편은 이번 국회에서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정치권에선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4당이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지만,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난색을 표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역시 패스트트랙 논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다음달 8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홍 원내대표의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았기에 패스트트랙 합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내부 상황이 복잡하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 개편 문제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출신들이 충돌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이 공수처 문제로 패스트트랙에 제동을 건 것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4·3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논의할 여건이 녹록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선거제 개편과 사법제도 개혁에 한목소리를 내왔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4·3 보궐선거에서 한 석을 확보한 정의당은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려 하지만 평화당 내부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평화당 내부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를 염두에 둔 의원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8일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를 포함해 이미 업무를 개시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문 대통령이 국회에 요청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이지만, 국회 각 상임위는 채택에 실패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차 출국(10일) 하기 전에 국내 문제를 일단락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정진우, 김성휘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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