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등 각종 범죄로부터 노출되지 않으려는 자구책
혼자 사는 여성 50.9% 사회안전에 불안감 느껴
경찰, 범죄 불안감 해소 노력
![]() |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곽두팔 씨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모두의 곽두팔이 되었네요”
최근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쏟아진 말이다. 하지만 ‘곽두팔’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의 나이가 몇 살이고 키는 몇인지 거주지는 어딘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사실 곽두팔 씨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택배를 주문할 때 혹시 모를 범죄에 노출될까, 남성의 이름을 빌려 주문할 때 써넣는 이름이다.
이렇게 ‘곽두팔’ 이름이 알려지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쎄 보이는 남자 이름 리스트’가 돌고 있을 정도다.
곽두팔에 이어 남혁동, 허문탁, 문근철, 조덕출, 마풍강, 김덕협 등이 그것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곽두팔’은 혼자 사는 여성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셈이다.
![]()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
택배 주문시 가명인 ‘곽두팔’을 이용한다면 남성의 구두 또는 남성용 운동화를 현관에 비치하고, 마치 여성 혼자 살고 있지 않은 듯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 외부서 방이 보일 수 있는 방범창에는 남성용 옷이 보일 수 있도록 해, 혼자 사는 여성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모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3년부터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여성안심택배 보관함’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2만 8천 명이 사용했다가, 2017년에는 49만 2천 명으로 18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택배 이용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안심택배 이용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혼자 사는 여성만을 노린 각종 범죄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울산에서는 건너편 원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의 신체를 35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한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해 9월 강원 원주시에서는 30대 남성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의 방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했다. 그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그런가 하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여성이 누군가 창문을 통해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고 안쪽 창문을 열려 했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많은 누리꾼이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남성은 경찰에 붙잡혔는데, “예뻐서 안을 들여다봤다”고 진술한 거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2017년 9월 서울 성북구에서는 여성 전용 원룸을 상습적으로 침입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 |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은 서울의 한 대학가 원룸촌.사진=아시아경제DB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자 사는 여성들은 범죄 노출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여성 1인 가구는 261만 가구로, 전체 520만 3,000가구의 50.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여성의 50.9%는 사회안전에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별로는 20대와 30대가 60% 수준으로 불안감을 크게 느꼈다. 주된 불안 요인은 범죄 발생으로 37.3%에 달했다.
주거형태를 보면 단독주택이 50.4%, 아파트가 30.9%, 연립·다세대 주택이 10.4%였다. 단독주택에 사는 여성 1인 가구는 20대 미만이 71.1%로 가장 많았다.
또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논문집에 실린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여성 1인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11배, 범죄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은 지역에 대한 치안 강화를 주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1인 가구 여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서 발생하는 범죄의 취약 시간과 취약 지역 등을 파악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