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메이, 충분한 입장 변화 없어"…"대화 실패 가능성" 전망도
스코틀랜드·웨일스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英하원, '노딜' 막는 법안 가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교착상태에 빠진 브렉시트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야당 및 지역 자치정부 수반과 잇따라 대화를 나눴다.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와 만나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는 메이 총리가 전날 하원의 벽에 가로막힌 브렉시트 합의안 돌파구 마련을 위해 코빈 대표와 대화를 나누겠다며 만남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후 메이 총리와 코빈 대표가 2시간가량 만남을 가진 뒤 총리실은 "오늘 논의는 매우 건설적이었다. 양측은 모두 현재의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끝내기 위한 융통성과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충분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동의 의미를 축소했다.
코빈 대표는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변화는 없었다"면서 "이번 만남은 유용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은 협상팀을 꾸려 이날 밤 추가 논의를 지속하고 이후 메이 총리와 코빈 대표가 4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메이 총리는 이번 대화의 초점을 브렉시트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을 제외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
EU가 탈퇴협정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EU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에 관해서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다.
코빈 대표는 EU와의 미래관계와 관련해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EU 관세동맹 잔류 등 자신이 이전에 제시한 5대 조건을 메이 총리에 요구할 것이라고 노동당 대변인은 소개했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면 이후 하원 승인을 거쳐 오는 10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 제시할 예정이다.
런던 의사당 인근 친 EU 시위대 모습 [AFP=연합뉴스] |
그러나 메이 총리는 노동당과 대화에 나선 것을 두고 보수당 내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 회동하기에 앞서 열린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으로부터 노동당과 손을 잡은 데 대한 비판 공세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브렉시트의 최종 결정권한을 노동당에 맡겼다"며 총리를 비판했다.
나이절 애덤스 웨일스 담당 정무차관은 메이 총리가 국민들이 투표했던 브렉시트를 전달하는 데 실패할 위험에 처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크리스 히튼-해리스 브렉시트부 정무차관 역시 브렉시트 추가 연기에 반대한다며 사임했다.
그러나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노동당 표를 요구하게 된 것은 (보수당 내) 동료 35명이 끝까지 이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코빈 대표 또한 자당 의원들로부터 메이와 어떤 타협안을 내놓든 제2의 국민투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전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와 만나 국민투표를 선택지의 하나로 제시했다면서도 이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나 나쁜 합의를 맺고 탈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코빈 대표가 어떤 합의든 제2의 국민투표가 포함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만약 코빈 대표가 제2의 국민투표가 포함되지 않은 합의에 서명할 경우 당내에서 반란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더타임스는 또 영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노동당과의 이번 협상이 실패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 만난 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마크 드레이크포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 등과도 만나 브렉시트 합의 지지를 당부했다.
메이 총리와 만남 직후 스터전 수반은 "매우 좋은 대화였다"고 밝히면서도, 정부가 타협을 원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한 뒤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며, 제2 국민투표 역시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영국 하원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에서 떨어져 나가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를 막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노동당 이베트 쿠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브렉시트 연기 법안을 찬성 313표, 반대 312표로 가까스로 가결했다.
정부는 이같은 의사일정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보수당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지시했었다.
쿠퍼 의원은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 만약 정부가 시급히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의회가 이를 추진할 책임이 있다"고 법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은 구체적으로 브렉시트를 얼마나 연기할지는 규정하지 않았으나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얼마나 연기할지를 결정하면 의회 승인을 얻거나, 의회에 브렉시트 연기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하도록 했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이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당초 예정된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는 방안과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장기 연기'를 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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