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적은 비망록 동일 취지 진술할지 주목
일부 증인들은 진술 번복…김백준은 10일 신문
이명박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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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MB가 원망스럽다. 30억원을 지원했다. 의리없는 놈들"
자신의 비망록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고 밝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5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1심이 이 전 회장의 진술을 증거로 19억여 원의 뇌물 혐의를 인정한 만큼, 그의 법정 증언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형량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공직 임명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와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에게 총 22억원의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는다. 그가 작성한 비망록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 여러 차례 금품을 제공했음에도 청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과 분노가 적혀 있다. 검찰은 이를 주요 증거로 사용했고 1심 재판부도 받아들였다.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인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최소 징역 10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 전 회장 증언에 따라 뇌물로 인정되는 액수가 달라진다면 형량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여러 차례 증인 소환을 거부해온 그가 법정에서 비망록 내용과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2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해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증인들은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신의 증언을 뒤집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인을 최대한 신청하는 쪽으로 변경한 '2심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실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제공한 국정원 예산은 뇌물이 아니라고 했고,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도 검찰에서 '자포자기식 진술'을 한 것이었다며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재산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했던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재판 자체가 이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하게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법정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하던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다스 소송비 대납을 요청 받았고, 이건희 회장의 확인을 받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소송비 대납의 매개 역할을 한 김 변호사는 3일 신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끝까지 그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뇌물 혐의가 이 전 부회장 등의 증언으로 이미 입증됐다고 맞섰다.
이 전 대통령의 각종 뇌물수수 혐의를 실토한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신문은 10일 예정돼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수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으며 19일 자신의 뇌물 방조 혐의 항소심 재판에도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밖에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증언할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 등은 지난달 29일 예정된 출석 기일에 나오지 않았으며, 재판부는 이들을 오는 12일 다시 신문하기로 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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