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심폐소생 '예타 대수술'…재정안전판 무력화 비판도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비수도권 낙후지역 배려 높이고, 수도권 역차별 해소…난개발·예산낭비 등 부작용 우려]

지난 1월 강원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확정된 제2경춘국도 사업 예정지인 강원 춘천시 당림리 일대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사진=/뉴스1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대수술에 나섰다. 그동안 예타가 '통곡의 벽'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지역 숙원사업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었다. 개편안이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방점을 찍은 덕에 지역 균형발전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그동안 무분별한 난개발, 예산낭비를 막는 재정 안전판 역할을 하던 예타의 무력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역 대규모 SOC 사업 예타 숨통=3일 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확정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의 핵심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항목 비중을 이원화한데 있다. 수도권의 경우 균형발전보다는 경제성에, 비수도권은 경제성보다는 균형발전에 무게 중심을 두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역 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낙후지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전반적 인식을 반영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GRDP) 성장률이 2015년 3.4%, 2016년 3.7%, 2017년 4%를 기록한 데 반면 비수도권은 각각 2.3%, 2.2%, 2.4%에 그쳤다.

특히 정책평가 항목에서 일자리, 환경성, 주민생활여건 개선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 역시 그동안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제성 평가 탓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 숙원사업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임영진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비수도권에서 균형 발전 가중치가 5%포인트 높아지면서 일부 사업의 통과율이 높아질 수는 있다"며 "가·감점제가 가점제로 바뀌면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거점도시가 가장 혜택을 많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도 페널티처럼 감점을 부과했던 지역균형 평가 자체를 없애면서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성 평가 비중이 높아졌지만 높은 인구밀도, 경제력 등을 감안하면 되려 커트라인 통과가 수월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중에서 접경·도서지역, 농산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해 역차별을 막았다. 경기 김포와 동두천, 양주, 파주, 포천 등이 수혜지역이다.

◇'혈세낭비' 막을 재정안전판 무력화 우려=반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보다는 혈세낭비 등으로 미래세대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난개발, 예산낭비 등을 막아온 예타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1999년 예타 도입은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낭비를 막자는 취지였다. 제도 도입 이후 20년간 총 849개 사업, 386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예타를 받았다.이중 35.3%인 300개 사업(154조1000억원)은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요불급한 대형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정효율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예타 문턱은 수차례 낮아졌다. 애초에 경제성 분석만 하던 것을 2003년부터 정책성 분석을 추가했다. 2006년엔 종합평가방법에 지역균형발전을 별도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후로도 배점이 수차례 확대됐다.

아예 정무적 판단에 따라 예타를 면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6개 시도, 23개 사업(사업비 총 24조1000억원)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는 "재정 문지기 역할인 예타제도의 근간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비수도권 지역은 지역균형 발전 부분이 5%포인트 높아져 일부 통과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예타 통과율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예타 운용지침 개정 작업을 마치고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변경된 평가 방식은 조사 중인 사업부터 바로 적용된다.

지난달 말 기준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사업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 △경전선 전철화(광주송정~순천 단선) △문경~김천 단선전철사업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계양~강화 고속도로 건설사업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사업(국토부)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행복청) △금강지구 영농편의 증진사업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농림부)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사업(법무부)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구축(행안부) 등이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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