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사진=ShareNcare - 쉐어앤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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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불법 촬영(이하 몰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이용한 ‘지인 능욕’ 등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가해자들이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아닌 ‘성적 대상화’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0대 여대생 A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 B 씨는 A 씨 얼굴이 보이는 SNS 프로필 사진을 내려 받아, 음란사진에 합성한 뒤 ‘지인 능욕’이라며 무차별 배포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큰 충격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30대 여성 직장인 C 씨는 최근 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서를 방문하고 있다. 그가 출·퇴근 목적으로 이용하던 지하철에서 몰카 사건이 벌어졌는데, 피의자 휴대전화서 자신의 사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몰카 범죄는 최근 끊이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자가 2012년 1,824명에서 2014년 2,905명, 2016년에는 4,499명으로 두배가 넘게 증가했다.
자신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언제 어디로 유포될지 모르는 몰카 범죄는 그 범행 수준에 비해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실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고된 ‘불법 촬영·유포 범죄(성폭력특별법 제14조 위반)’ 관련 1심 판결(1702건) 중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215건(12.6%)에 불과했다.
구속된 경우도 극히 드물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성폭력특별법 제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된 비율은 2.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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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인의 사진을 음란사진에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 능욕’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2017년 하반기에 실시한 ‘음란·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서 적발한 사례 494건에 대한 접속차단 내용을 보면, 지인 능욕·합성이 29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지인 능욕’은 말 그대로 지인의 얼굴 사진을 얻어 음란사진에 합성한 뒤 해당 지인의 실제 정보, 성적 명예훼손 문구 등을 덧붙여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을 말한다.
한 남성이 학교 동창들의 사진을 합성해 유포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이 남성은 지난해 8월 음란물 유포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중·고교 시절 여자 동창 17명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돌아다니며 얼굴 사진을 내려받은 뒤 음란 사진과 합성하고, 피해자가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허위 글까지 쓴 뒤 온라인에 배포했다.
지인 능욕 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당시 이름을 바꾸고 직장까지 그만두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지인 능욕 범죄가 더 고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특정 인물의 얼굴, 신체 등을 영상에 합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술로 지난해 스칼렛 요한슨, 엠마 왓슨 등 해외 유명배우뿐만 아니라 국내 걸그룹 등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을 포르노 영상 및 사진에 합성한 불법 콘텐츠들이 무작위적으로 유포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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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 뿐만 아니라 아예 자신의 실제 여자친구 또는 전 애인의 사진을 무차별로 유포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던 이른바 ‘여친인증’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사진이 첨부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일베 회원은 ‘국산여친인증’이라는 제목과 함께 엎드려 있는 여성 사진을 올렸다. 그는 촬영 중 일베 손 모양으로 일제 회원임을 인증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일베 회원도 ”나도 전 여친 인증한다.(Feat.해외여행)”라는 제목과 함께 여성이 자는 사진을 올렸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동의촬영·유포 및 동의촬영·비동의유포) 혐의로 일베 이용자 13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모두 남성인 대학생, 회사원 등으로 20대가 8명, 30대가 4명, 40대가 1명이었다. 이 중 6명은 직접 사진을 촬영해 올렸으며, 7명은 인터넷을 통해 일면식이 없는 여성의 사진을 재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가해자들이 여성을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베 여친인증에 대해 “여성들을 성적 욕구 대상화로 재미 삼아 벌인 짓”이며 “이 과정에서 우월감 등을 느끼고 여성을 비하하는 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KBS 2TV ‘대화의 희열2’에서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는 범죄에 대해 “최근 성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음란물 촬영 및 유포죄 등 사이버 성범죄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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