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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정동영 “문 정부, 선거제 개혁 못하면 아프게 생각해야… 민주당은 공수처 양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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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사권ㆍ기소권을 다 가진 공수처는 괴물된다’ 말해

장관 인사 참사 청문회 제도 탓… 국회에 거부권 있다면 청와대 검증 세질 것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선거법 개정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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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입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고비처(당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는 괴물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 개혁과 사법제도 개혁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여야 4당 공조가 바른미래당의 반대에 부딪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측의 대승적인 양보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이다. 정 대표는 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바른미래당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 유산인데 그걸 반대할 의원이 누가 있겠느냐, 민주당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범여권 지지층에 호소했다. 정 대표는 또 개혁입법 통과를 강조하며 “3년 차 역대 민주정권 가운데 제도개혁을 단 한 건도 못한 것은 현 정권밖에 없다”며 “개혁정권이 유지ㆍ보수ㆍ관리에 집착해선 안 된다. 선거제 개혁 혁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관후보자 인사검증 부실 논란과 관련한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선 “누가 민정수석을 해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처럼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_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의 선거제개혁 단일안이 도출됐지만 국회 논의는 올스톱 됐다.

“처음엔 패스트트랙 안건 처리에 최대 11개월(정개특위심사 6개월ㆍ법사위 심사 3개월ㆍ국회 본회의 논의 2개월)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최대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개특위가 입법권을 갖고 있어 6월까지 패스트트랙을 제기할 수 있다. 이후 국회의장 결단으로 본회의 논의기간 2개월을 생략할 수 있다. 올해 10월 본회의에 회부할 대안이 나온 것이다. 이에 언제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려야 하는지 시한에 대한 긴박감은 다소 사라졌다. 지금 국회논의 초점은 공수처합의안을 만드는 데로 이동했다.”

_공수처는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과, 공수처와 기소권 일치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맞서고 있다.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야 하나.

“문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 해외 반부패기구인 홍콩 염정공서( 政公署)나 싱가포르 탐오(貪汚)조사국도 수사권만 갖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공수처에 수사권을 주고 검찰이 기소권을 갖되,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裁定)신청(검찰의 불기소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해달라고 신청)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_그러나 민주당은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선거제 개혁을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20년을 끌었다. 공수처는 여론 82%가 찬성한다. 기소권 있고 없고가 본질이 아니다. 노 대통령도 그렇게 얘기했고 핑계거리가 없다.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권을 놓고 보면 역대 3년차 제도개혁을 단 한건도 못한 정권은 문 정권밖에 없다. 오히려 노태우 정권 13대 국회때 가장 많은 개혁입법이 처리됐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_한국당도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며 선거제개혁에 반대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부도 선거제개혁 반대 목소리가 있지 않나.

“한국당은 명백한 헌법 41조 위반이다. 헌법을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선거제개혁이 국회의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란 걸 보여줘야 한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유도 선거제도의 문제 때문이다. 재벌개혁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사회 재벌 숫자보다 보통사람들이 훨씬 많은데도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못한다. 양당제가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_민의가 의석에 반영돼야 개혁입법이 된다는 말인가.

“양당제는 격돌과 투쟁의 정치다. 다당제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당제에서는 정책 감수성이 커지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다당제에선 ‘엘리트 정치’가 ‘보통사람의 정치’가 된다. 얼마전 덴마크에 가서 국회 고용노동위 관계자를 만났더니 위원장은 금속노동자, 부위원장은 목수, 위원은 조선소노동자, 간호사 등 전부 노동자계급이었다. 국회의원의 35%가 블루칼라라고 하더라. 반대로 우리 국회의원 300명은 거의가 엘리트고 보통사람들의 대표가 없다.”

_정치인생의 최대 목표가 선거제개혁인가.

“불평등이 커지는 국가인 미국, 한국, 멕시코, 칠레 모두 양당제다. 국민들이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분개해 국민의당을 밀어줬는데 안철수 전 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나는 대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산을 내려가는 게 다음 목표다.”

_인사참사 논란과 관련한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를 생각하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굴 민정수석으로 임명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회에서 청문회를 해 봤자 들러리에 불과하다. 신문에 부정적 기사가 많이 나서 여론이 나빠지면 청와대가 후보자를 바꿀까 말까를 고민하는 정도다. 미국처럼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회가 거부권을 가지면 청와대도 죽기살기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_다른 야당들도 인사청문회 개선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권은 개혁정권이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주판알을 튕기고 이해타산을 따지는지 모르겠다. 개혁은 1년이 적기인데 이미 지나갔다. 3년 차인 지금이라도 거침없이 개혁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감옥에 보낸 지금 정권은 다른 정권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권은 유지ㆍ보수ㆍ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권력에 미련을 갖지 말고 개혁을 해야 한다.”

_민주평화당의 내년 총선 전략은 무엇인가. 여의도에선 정계개편 가능성을 얘기한다.

“선거제 개혁과 연동돼 있다. 지역구는 줄어도 호남에 할당된 의원수가 28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난다.지금 (지지율이 안 나온다고) 자조할 필요없다. 선거제개혁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당강령 1조가 다당제로 합의민주주의 실현이다. 이 길을 꿋꿋이 가야 한다.“

인터뷰 진행=박석원 차장

정리=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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