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조기사퇴' 배수진도 역부족
지난달 29일 3차 표결 58표차 부결
최종 실패땐 내각 붕괴 우려도
정치권 '결정장애'에 국민 실망 커져
보수당 지지율 2주만에 3%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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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합의안에 이어 유럽연합(EU) 탈퇴협정까지 잇달아 하원에서 부결되며 영국 정계의 위기감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10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하원이 EU를 떠날 수 있을지조차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만 보이며 정치권의 신뢰도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현 내각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등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 정치권이 파국으로 내달리는 모양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날 여론조사기관 델타폴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41%로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36%)보다 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을 탈당한 중도 독립성향 의원들이 29일 창당한 ‘체인지 UK-독립그룹(Change UK-The Independent Group)’을 포함해도 노동당 지지율은 35%로 보수당(32%)을 앞선다. 독립그룹은 노동당과 보수당에 이어 9%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양당 정치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피로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여론조사는 3월 중순 보수당이 39%로 31%에 그친 노동당에 크게 앞섰던 여론조사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줬다. 불과 2주 만의 지지율 급락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두고 어떠한 방안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집권 여당은 물론 영국 정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9일 영국 하원이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놓고 표결한 결과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로 부결된 후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이날 투표 결과로 영국은 4월12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5월 중순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전제로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전제로 조기사퇴까지 언급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지만 교착국면 타개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이 총리 측이 2일 네 번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투표를 희망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지만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미친 행동’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차후 승인투표에서마저 합의안이 부결되면 새 총리 선출을 위한 조기선거 주장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이 최종 좌절될 경우 현 내각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결심한다면 EU 잔류를 지지하는 최소 6명의 장관이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대로 메이 총리가 EU 관세동맹 잔류를 지지할 경우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장관들이 그만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메이 총리의 난국 돌파를 위한 운신 폭이 매우 협소하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평가했고 더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각이 총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3월 초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처리방식에 반발해 앨리스터 버트 외무부 부장관, 리처드 해링턴 기업부 정무차관, 스티브 브라인 보건부 정무차관 등 정부 내 상당수 고위관료가 내각에서 이탈했다.
한편 EU는 브렉시트의 변곡점이 될 4월12일에 앞서 10일에 정상회의를 다시 열어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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