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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사면초가’ 박삼구 결국 용퇴…부활의 날갯짓 할 수 있을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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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처리 논란…박삼구 회장 스스로 물러나 / 경영정상화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용퇴한 것으로 보여…채권단이 직간접적으로 압박했을 가능성도 /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시장신뢰 회복하면 채권단도 경영정상화 지원할 것” / 추락한 시장신뢰 회복 위해 부실회계 경위 설명하고 양해 구해야…대기업 총수여도 경영상 중대 귀책사유 있을시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교훈 / 박 회장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 쏠리는 시선과 우려…아시아나에 부활의 날개 달아줄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그룹에서 전격 퇴진했습니다. 박 회장의 이번 용퇴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처리가 초래한 시장 혼란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자구계획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던 박 회장으로서는 부실 회계처리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신뢰가 무너지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용퇴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단이 그의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박 회장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달려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퇴진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경우 채권단도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바닥으로 추락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부실회계 처리 경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룹에서 물러난 듯 보이나 대주주의 지위를 가진 박 회장 역시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설령 대기업 총수라도 경영상 중대한 잘못이 있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일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스스로 퇴진합니다. 이를두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차선의 선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향후 박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31일 경영계에 따르면 이번에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2002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17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책임 차원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인데요.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회사채를 상장폐지시키기로 했지만,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면서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가 재개됐습니다.

◆박삼구 회장, 소나기 피한 뒤 다시 돌아올까?

일부에선 박 회장이 향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요.

계열사 등기임원 재선임 등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는데다, 이번 퇴진 목적인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경우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룹 내 사실상 ‘넘버2’로 평가받는 박홍석 부사장을 사내이자 자리에 앉힌 점도 박 회장의 경영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습니다.

실제 그는 전에도 한 번 경영권을 내려놨다가 다시 돌아온 바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박 회장의 복귀를 막을 장치는 사실상 없다"며 "이번에 자리를 내놓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박 회장의 복귀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세계일보

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금호고속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집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31.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금호산업 대주주는 금호고속 등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약 45%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그룹이 현재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자구안을 낼지에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긴급 면담하고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산은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산은에게 공식적으로 '구명' 요청을 한 것인데요.

위기가 번져 그룹이 해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박 회장이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박 회장 요청에 이 회장은 "대주주와 회사의 시장신뢰 회복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공을 다시 아시아나 쪽으로 돌린 모습입니다.

◆대주주 사재 출연, 추가 자산매각 등 자구안 검토중…채권단 달랠 수 있을까?

아시아나는 이미 지난해 4월 산은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맺고, 지난 1년간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개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비핵심자산 매각과 전환사채·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자구계획에 따라 CJ대한통운 주식과 그룹의 상징인 금호 사옥 등 자산을 매각했고, 영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했습니다.

아시아나IDT, 에어부산을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전환사채 발행으로도 자본을 늘렸습니다. 항공기 선급금 담보금융을 통한 차입도 진행했습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말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30%포인트 가량 낮아진 364.3%로 개선됐는데요. 그룹 차입금 규모도 전년 대비 1조2000억원가량 축소된 3조9521억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세계일보

아시아나는 내달 기한이 만료되는 MOU 연장을 위해 그동안 그룹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채권단이 MOU 연장을 거부하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자구계획 등을 두고는 산은과 '힘겨루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산은은 기한이 만료되는 MOU를 1년 더 연장할 계획이지만, 현재 아시아나에 대해 꼼꼼히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이 회장이 아시아나에 방안 마련을 촉구하면서 아시아나가 어떤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추가 자산 매각이나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시장신뢰를 회복할 충분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을 경우 중단된 영구채 발행이나 신규 여신 등에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산은 입장에서도 아시아나를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 공동관리 체제로 가져가는 것은 내심 부담스러운 일인데요.

항공업 특성상 수송 차질에 따른 파장과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산은을 비롯 채권금융기관에도 상당한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 장남 박세창 사장 '아시아나 구원투수'로 등판하나?

박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그는 지난해 12월 산은에 갚아야 할 부채 700억원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고속 등 지분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회장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도 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29일 아시아나IDT 주주총회장에서 취재진에게 "사퇴의 진정성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 저 역시 외부 우려의 시선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다. 힘을 보태야만 한다면 각오는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용퇴로 박 사장의 행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 신용등급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동성 위기, 회계부정 우려 등이 제기됐지만 당분간은 경영 정상화 방안이 적용되는 추이를 지켜본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평가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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