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수거 주장한 DVR·검찰 제출 DVR 차이점
고무 패킹·열쇠구멍 등 달라 ‘사전 수거·바꿔치기’ 의혹
‘수거영상 원본’ 요청에 해경 ‘일부분·저화질 영상’ 내놔
유족들 “박근혜 정부 CCTV 영상 조작 여부, 수사해야”
2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CCTV DVR 관련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이 해군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 모형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DVR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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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증거를 정부기관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해군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세월호 DVR’이 상이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발견됐다”고 했다. DVR은 CCTV 영상이 녹화된 저장장치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 단서로 꼽혀왔다.
특조위의 이번 중간 조사 발표는 ‘세월호 DVR’을 둘러싼 각종 조작 의혹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해경은 선박사고 조사의 기초증거인 DVR을 참사 2개월이 지난 2014년 6월22일에야 공식 수거했다. 검찰이 같은 해 8월 CCTV를 복원했지만 참사 발생 3분 전인 오전 8시46분까지만 기록돼 있었다. 일부 생존자는 세월호가 이미 기운 9시30분까지 CCTV 화면을 봤다고 증언했다.
특조위는 “DVR 수거 경위에서 해군과 해경 관계자들의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DVR 수거 담당자인 ㄱ중사는 “6월22일 오후 10시40분쯤 세월호 안내데스크에서 DVR을 확인하고, 커넥터(2~3개)를 분리한 후 수거했다”고 진술했다.
세월호에 있던 DVR 본체 후면에는 CCTV 카메라 등과 연결된 70여개의 케이블선이 5개 커넥터로 연결돼 있었다. 특조위는 “세월호 선체 인양 후 해당 구역에서 이루어진 뻘 제거 영상을 확인한 결과 케이블선만 발견되고 커넥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 ㄱ중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DVR 설치 구역에 분리하고 남은 케이블선과 커넥터가 있어야 한다는 게 특조위 판단이다.
특조위는 해군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이 증거로 확보한 DVR의 모습이 상이하다고도 했다. 해군이 22일 촬영한 수중 작업 영상 속 DVR은 오른쪽 손잡이 안쪽 부분의 고무 패킹이 떨어져 있고 열쇠구멍도 잠긴 상태였다. 이틀 뒤인 24일 검찰이 증거물로 확보한 ‘세월호 DVR’에는 손잡이 고무 패킹이 그대로 붙어 있다. DVR 내부 잠금 걸쇠가 파손돼 열쇠구멍이 열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해군이 22일 수거 당시 ‘가짜 DVR’을 동원했다는 정황으로도 읽을 수 있다.
2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해군이 선내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 모형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DVR을 살피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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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는 해경에 수거 작업 전 과정이 담긴 수중영상 원본을 요청했지만, 8분 분량의 저화질 영상만 받았다고 했다.
특조위는 해경이 제출한 이 영상이 “원본 영상의 일부분임을 영상 전문 분석기관에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증거 수집 과정이 찍힌 수중영상 원본은 34분 분량의 고화질이라고 특조위는 설명했다.
박병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이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DVR이 6월22일 이전에 사전 수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사전 수거를 했다가 다시 ‘DVR을 이상 없이 꺼내왔다’고 연출할 필요성이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해군과 해경이 미리 데이터에 손을 댔는지도 조사하고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호승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증거에 대한 관계자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크고 수사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 내용 중간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특검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유족들은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경악을 넘어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라며 “본 조사결과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과 박근혜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 이들이 CCTV 녹화영상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가족협의회는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한 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해군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현장에서 수거된 모든 증거물은 구조현장에 입회한 관계관들이 확인한 가운데 즉시 해경으로 이관하는 절차로 진행됐다”며 “세월호 DVR 역시 동일한 절차에 따라 당일 바로 해경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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