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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딸들의 '땅콩·물컵 갑질'…조양호, 불명예 퇴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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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오너일가 갑질·특별결의·국민연금 반대 등 3대 악재, 불명예 초래해..."내년 주총도 긴장해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 손에 사내이사 자리를 뺏긴 첫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의 불명예 퇴진에는 △오너일가 갑질(횡령·배임 의혹)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국민연금의 반대 등 3가지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했다. 오너일가에 대한 공분이 국민연금 등 주주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결국 표대결에서 패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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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당한 국민정서…'을'의 반발 불러와=
조 회장의 재선임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등 비상식적인 갑질로 오너 일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에 있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으로 한진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며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갑질’은 오너 일가에 대한 믿음을 깨버렸다.

특히 ‘물컵갑질’로 내부고발이 이어진 것이 사건을 키웠다. 비난의 화살이 오너일가 전체로 향했고, 밀수·탈세·배임·횡령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20여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온 조 회장 자신도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고, 재판을 준비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총 274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의혹이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 결정적 사유가 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결정이 내려졌다"며 반발했지만 조 회장의 연임을 통과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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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수장이 된 지 20년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은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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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찬성 특별결의가 발목…외부에서 거세진 공격=
조 회장 이사 선임이 특별결의 사항이었던 것도 발목을 잡았다. 특별결의는 참석한 주주의 3분의2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에 연임에 찬성한 표는 64.1%. 다른 기업처럼 보통결의(참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였다면 연임에 성공했을 것이다. 20년 전 경영권 강화를 위해 정관을 바꾼 것이 독이 됐다.

한진그룹 외부에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흔든 것도 '연임 실패’의 원인이다.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발동이 겹쳤다.

조 회장의 연임에는 176만주가 모자랐다. 전체 발행주식의 1.9% 정도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만 연임에 찬성하거나 기권했다면 통과도 가능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았지만 국민연금의 반대를 막지 못했다.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12.8% 보유하면서 경영권 공격을 강행한 것도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 표대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오너 일가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주주행동주의와 국민연금의 반대를 불러왔다"며 "오너일가의 지배구조는 유지되겠지만 내년 주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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