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교육대를 중심으로 일부 남학생들이 여학우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정황이 연이어 나오면서 이른바 ‘교대미투’가 터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만 서울교대를 포함해 3곳의 교대가 성희롱 파문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교사가 될 학생들이 사실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교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교대에 재학 중인 일부 남학생들은 여학우의 사진과 개인 정보를 문서로 만들어 졸업한 선배들과 돌려봤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파문이 확산하자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18일 본인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문제 있는 행동을 한 학생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본지가 보도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대책이다.
김 총장은 현직 교사로 근무하는 졸업생들에 대해서도 “졸업을 하고 교사가 된 졸업생의 조치는 현재 소속 학교나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처하겠다”며 사후조처에 대해서도 밝혔다. 현재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은 성희롱 혐의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육대학교.사진=서울교대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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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9일 ‘EBS’ 보도에 따르면 청주교대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외모품평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신입생들은 선배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학생 선배 중에 가장 예쁜 사람 3명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빠짐없이 받았다.
결국, 선배들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대답한 신입생들은 동기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도 매겨야 했다.
이 중 일부 학생은 지금도 그때의 일이 떠올라 당시 외모품평에 올랐던 여학생들에게 죄송하다며 당시의 대화는 비윤리적이었다고 반성했다.
경인교대 남학생들 단톡방 성희롱.사진=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
그런가 하면 20일 경인교대에서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성희롱이 일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 경인교육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익명 제보에 따르면 이 학교 체육교육과 15학번 남학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과 욕설이 오간 정황이 확인됐다.
카톡 단톡방에서는 15학번으로 명시된 한 남학생이 ‘휴가 때마다 XX(여학생 이름)랑 성관계하면서 군대 한 번 더 vs 대학 내내 성관계 안 하기’라며 특정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대화가 올라왔다.
이 대화를 보는 남학생들은 대화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조하고 방관했다.
제보한 글쓴이는 “직접 가담한 가해자뿐만 아니라 단톡방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졸업할 때까지 침묵으로 방관한 남학우들에게도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파문이 확산하자 같은 과 남학생들은 ‘체육교육과 15학번 남학생 일동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뒤늦은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여성은 단순한 성적인 존재가 아닌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지만 저희는 그것을 망각했다”며 “이 부분은 저희의 명백한 잘못이며 성적 발언의 대상이 되었던 피해 학우에게 꼭 사과의 표현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로서 자질이 의심될 정도의 언행으로 상처 입으신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언행들이나 혐오 발언을 교사가 모범을 보이지 못한 점은 무척이나 잘못된 점이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인교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과문도 제보 글도 모두 익명이고 15학번은 거의 다 졸업한 학생들이어서 뚜렷하게 조사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같은 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은 파악해볼 예정이며 성희롱 관련 교육은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대에 이어 청주교대, 경인교대까지 일부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 정황이 불거지면서, 재학생은 물론 현직 교사 역시 조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대 여학생들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학생들을 집단 성희롱한 **** 남학생들, 초등교사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지속적이고 집단적으로 여학생들을 품평하고 성희롱해온 남학생들이 초등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라며 “우리 아이들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했다. 21일 오전 11시 기준 해당 청원은 64,700명이 동의한 상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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