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발빠른 대처로 인명피해 없어…검찰 "테러혐의 등으로 기소 검토"
버스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은 경찰이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다행히 큰 화를 면했다.
20일 밀라노 외곽에서 방화로 전소된 스쿨버스 주변에 소방관과 경찰들이 몰려 있다. [EPA=연합뉴스] |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일 오전(현지시간) 북부 크레모나의 한 중학교 학생 51명을 태운 스쿨버스가 밀라노 외곽에서 불길에 휩싸여 차량이 완전히 불에 탔다.
경찰은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인 47세의 스쿨버스의 운전사가 정부의 강경 난민정책에 불만을 품고, 학생들을 납치한 뒤 버스에 불을 질러 이들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은 이날 12세 안팎으로 알려진 탑승 어린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는 대신에 차량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면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 가운데 일부가 부모에게 몰래 전화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학부모들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출동해 밀라노 외곽에서 버스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20일 밀라노 인근에서 납치된 뒤 방화로 전소된 스쿨버스에 탑승해 있던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경찰에게 구조된 이후 부모와 함께 귀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와중에 다른 차량을 들이받기도 한 버스가 경찰이 설치한 차단막에 막혀 멈추자 운전자는 차량에서 내린 뒤 인화성 물질이 뿌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재빨리 차량 뒤편의 유리창을 깨고 버스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을 밖으로 탈출시켰고, 불이 버스를 집어 삼키기 전에 탑승객 전원에 대한 구출을 완료했다.
이들 어린이 가운데 23명은 연기 흡입, 타박상, 정신적인 충격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음주운전과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된 뒤 경찰에 "지중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 죽음을 멈춰야 한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중해를 건너 들어오는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항구를 봉쇄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펼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이번 일을 저질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2004년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한 범인을 납치와 대량 살상 기도, 방화뿐 아니라, 테러 획책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현장에서 이슬람 관련 문구를 외치지는 않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40분가량 스쿨버스에 갇힌 채 공포의 시간을 보낸 한 소녀는 ANSA통신에 "그는 우리를 결박한 채 움직이면 석유를 붓고,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으며, 이는 모두 (이탈리아 부총리인 루이지) 디 마이오와 (마테오) 살비니 탓이라고 말했다"고 긴박했던 당시의 순간을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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