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이문호 재신청 방침 / 승리 성접대 의혹도 구설 이어져 / 병무청, 승리 입대 3개월 연기 / 국세청, YG엔터 세무조사 착수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공동대표가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로 영장실질심사(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는 경찰이 암초를 만났다.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버닝썬 이문호(29)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고,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수사를 향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폭행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으면서 경찰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신청하는 한편, 21일 열리는 가수 정준영(30)씨 등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볼 방침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드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 아닌, 혐의 자체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은 경찰로선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버닝썬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 마약 관련 혐의로 40여명을 입건했고, 이 대표를 클럽 내 마약 유통의 ‘몸통’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대표는 버닝썬 내에서의 마약 투약과 유통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4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지난달 26일에는 그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 대표의 모발과 소변에서 일부 마약류에 대한 양성반응도 나왔다. 이에 경찰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강수사를 거쳐 이 대표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리의 성접대 의혹 수사를 두고도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 18일 승리의 성접대 의혹에 관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으나 같은 날 언론에 공개된 관련자들의 진술에선 “성접대가 없었다”는 말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승리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알선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승리를 상대로 마약 혐의 내사를 벌이는가 하면, 그가 버닝썬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출입 무마’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전날에는 인권위가 버닝썬 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 11월 경찰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28)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 등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일부 체포 상황을 거짓으로 기록하기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경찰은 “조만간 공식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경찰관 최소 7명을 내사 중인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경찰은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승리 등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씨와 버닝썬 직원 김모씨,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김씨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를 받고 있는 버닝썬 장모 이사 등 이번 사건 피의자들의 21일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년 넘게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가 경찰의 재수사 끝에 신원이 드러난 강남 클럽 ‘아레나’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보안요원 윤모씨에 대한 영장심사도 이들과 같은 날 열린다.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던 승리의 입대일은 3개월 연기됐다. 병무청은 승리가 제출한 ‘현역병 입영연기원’을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허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만약 3개월 이내에 승리가 구속된다면 병역법 제60조에 따라 자동으로 다시 입영이 미뤄진다. 무혐의 처분 등으로 연기사유가 없어지게 된다면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입대 일정에 따라 병무청이 다시 입영통지서를 발송하게 된다. 이 기간 내에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거나 기타 사유로 인해 또 다시 입영연기가 필요할 경우는 승리 본인이 다시 연기를 신청하면 가능하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승리의 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본사와 관련 부서가 있는 3개 빌딩 총 4곳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
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YG가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를 2016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세무조사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하는 특별 세무조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사실상 YG의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최근 개별소비세 탈루 의혹이 제기된 곳이자 양현석 YG 대표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나온 서교동 클럽만을 겨냥한 게 아니란 분석이 나온다.
김주영·이정우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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