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버닝썬 게이트' 마약 수사…버닝썬 대표 영장 기각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을 받고 있는 버닝썬 이문호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승진 기자] 일명 ‘버닝썬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인 경찰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추가 인력까지 보충해가며 의욕적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이문호 버닝썬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시작부터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씨에 대한 영장은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신 판사는 "현재까지 증거자료 수집과 혐의 소명 정도,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 및 접촉 차단 여부, 수사에 임하는 피의자 태도, 마약류 관련 범죄 전력, 유흥업소와 경찰 유착 의혹 사건과의 관련성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한 마약류 검사에선 일부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줄곧 자신을 둘러싼 마약 투약과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씨의 영장 기각으로 강남 클럽가의 마약 유통·투약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각 사유가 나온 만큼 이는 앞으로의 수사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씨가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받아온 데다가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키(Key)맨으로 꼽히던 인물 이어서다. 경찰 입장에선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던 상황이다.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경찰은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들 내에서 벌어진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수사해 총 40명을 입건했다.

입건된 이들 중에서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인물은 14명이고 이 가운데 'MD'로 일했던 3명이 구속됐다. 다른 클럽에서 마약류에 손을 댄 17명도 입건됐으며, 이른바 '물뽕'(GHB)을 인터넷에서 유통한 9명도 입건됐다.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해왔다는 의혹을 받는 이 클럽의 MD 바모(예명 애나)씨 모발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한편 경찰은 성매매 알선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도 추가로 확보해 지난 18일 비공개 소환 조사를 벌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승리의 경찰 출석 당시 소변과 모발을 제출받은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에선 최종 '음성' 판정이 나왔다. 승리도 마약 투약과 관련한 혐의 전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