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명 힙합 클럽 '케이크샵' 직원들 손님 싸움 대처 안해
20대女 머리채 잡고 욕설...피해자 “가해자와 직원 아는 사이”
4년간 용산구 폭력범 검거 7,368건...“집중순찰로 치안강화해야”
강남 클럽 ‘버닝썬’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이태원의 유명 클럽에서도 폭행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당시 클럽 측이 폭행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강남 버닝썬 외에 다른 지역의 일부 유명 클럽들 역시 범법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지난 15일 이태원의 유명 힙합클럽 ‘케이크샵’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A씨는 1일 새벽 클럽을 찾은 20대 여성 피해자 B씨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뺨을 꼬집는 등 폭행을 하고 심한 욕설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서 관계자는 “현재 당일 발생한 폭행 사건과 관련한 목격자를 찾고 있다”며 “클럽 케이크샵의 폐쇄회로(CC)TV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케이크샵은 2016년부터 주로 힙합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클럽으로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을 비롯해 국내 유명 힙합가수들이 방문하거나 공연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번 사건은 클럽을 방문한 손님 둘 사이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자 B씨가 사건 당시 클럽 직원들이 폭행 발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최초 폭행 사건과 유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피해자 측은 당시 클럽 관계자가 A씨의 실명을 부르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말하는 등 서로 친분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측은 클럽 관계자가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다”며 폭행 직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폭행·성폭행·마약으로 얼룩진 강남 클럽 ‘버닝썬’에 이어 서울 이태원 일대 유명 클럽들에서도 폭행 논란이 발생해 유흥 목적의 클럽이 무법지대가 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수 승리의 버닝썬 관련 의혹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이태원 힙합클럽 ‘케이크샵’은 손님들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나 클럽 측이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폭행신고 접수 건수는 하루 평균 10건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케이크샵 외) 이태원 한 클럽의 경우 하루도 안 빼고 매일 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클럽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4년간 용산구 일대 폭력범 검거는 7,368건에 달했다. 버닝썬을 비롯한 유명 클럽들이 포진한 강남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강남구에서 검거된 폭력범은 같은 기간 1만4,217건으로 용산구보다 두 배나 많았다. 클럽이 주로 모여 있는 홍대 등 마포구도 같은 기간 9,404건으로 1만건에 육박했다. 강남 일대 유명 클럽들이 있는 구역을 관할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클럽 아레나와 옥타곤에서 사건이 많았다”며 “낮에는 대략 10~15회 출동하는데 (클럽들이 문을 여는) 야간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석 달 동안 전국의 마약 수사관 1,000여명을 동원해 마약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더 만연하게 벌어지는 일반 폭행 및 성추행에 대해서는 추가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마약사범 검거 건수를 보면 강남구 617명을 포함해 마포구 302명, 용산구 237명에 달해 폭력범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심야까지 유흥 영업이 이어지는 전반적인 클럽 문화의 성격상 버닝썬과 아레나 등 문제가 불거진 곳 외에도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클럽이 모인 일대에 범죄율이 높은 만큼 경찰인력을 비례해 투입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우선 기간을 정해 집중 순찰을 도는 ‘크랙다운’ 방식을 통해 일시적으로 치안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경제신문은 케이크샵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18일 저녁부터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손구민·서종갑·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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