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의혹 조사 마무리 필요"…용산참사 포함 5월말까지 조사역량 집중
법무부 "의견 검토해 내일 입장 발표"…재수사까지는 공소시효 등 험로
검찰 과거사위원회(CG)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오는 5월 말까지로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과 배우 고(故) 장자연씨 관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의혹의 불씨만 낳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1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검찰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실무 조사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건의한 활동기간 연장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과 용산 사건 유가족의 진술을 청취한 후 김학의 전차관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및 용산 사건의 조사를 위해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법무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남은 과거사 의혹 사건 중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은 애초 활동기간 만료 시점이었던 이달 말 조사를 종료하기로 했다. 개별사건이 아닌 포괄적 조사사건으로서 피의사실공표죄로 수사된 사건,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 조사도 이달 만료한다.
과거사위는 "4월부터 2개월간 김 전 차관 사건 등 3개 사건의 진상규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과거사위 결정을 검토해 19일 법무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활동기간을 연장하려면 법무부 훈령인 과거사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예정된 지난 15일 서울 동부지검에서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정해진 시간까지 동부지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jjaeck9@yna.co.kr |
그러나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국회에서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발언하면서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장씨의 동료 배우였던 윤지오씨가 최근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증언을 하며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철저한 의혹 규명 여론에 불을 지폈다.
활동기간 연장과 관련해 과거사위원들 내부에서도 재연장을 찬성하는 위원과 재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의혹 낱낱이' |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과거사위 조사 상황을 보고받은 뒤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하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별장 동영상 촬영 시기가 2009년쯤일 것이란 추정이 많은 가운데 현재 드러난 증거만으로는 공소시효 도과로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알선수뢰나 단순 향응 수수는 공소시효가 각각 5년, 7년에 불과하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마약 강제투약과 성폭행 의혹이 여러 증거로 뒷받침된다면 공소시효는 많이 늘어난다.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되면 기본적으로 공소시효는 15년이고, 여기에 디엔에이(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까지 갖춘 사건이면 공소시효는 25년까지 될 수 있다.
또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행위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런 행위의 공소시효는 최대 15년이다.
'고 장자연 문건'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가해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거론된 혐의 중 공소시효가 가장 긴 강제추행 혐의의 시효가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동료 배우 윤씨는 "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에 들어가면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하며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장씨 관련 사건 중 재수사가 이뤄진 사안은 뚜렷한 목격자 진술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의 결론이 갈렸던 전직 기자 A씨가 유일하다. 검찰은 재수사를 거쳐 지난해 6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 필요성 주장과 관련해서 조사단 내부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조사기간 부족 문제로 참고인 조사 등을 충분히 진행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속한 조사로 과거 검찰권 남용 등이 있었는지를 가려내는 작업을 벌이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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