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장자연 의혹 커지는데…검찰과거사위 연장 왜 어렵나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고 장자연 문건’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씨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그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활동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관한 새로운 의혹들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른 ‘고 장자연씨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는 17일 오후 현재 60만명 이상이 추천했다.

법무부와 검찰과거사위는 기한 연장에 소극적이다. 앞선 조사단의 연장 요구를 두고 과거사위는 지난 12일 “세 차례 연장돼 온 과거사위와 조사단 활동을 추가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거부했다. 조사단은 18일 과거사위 회의 때 연장을 재차 요구할 방침이나 수용될지는 불분명하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피로감이다. 지난해 2월 초 과거사위는 6개월간 활동하는 것으로 출범해 필요할 때마다 법무부 훈령 개정을 통해 2~3개월씩 기한을 연장했다. 검찰 내에서는 “할 만큼 한 것 아니냐. 무작정 연장한다고 뭐가 더 나오느냐”는 불만이 많다.

당초 과거사위는 기본 1년 활동에 필요시 6개월간 연장하는 것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지난해 2월6일 검찰과거사위와 같은 날 활동을 시작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기본 1년+최대 1년 연장’을 활동기간으로 잡은 것과 유사하다. 과거사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애초 설계에서 실무적인 이유로 활동기간이 반토막이 났다”며 “처음부터 기한을 넉넉히 잡았다면 연장을 둘러싼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실무기구인 조사팀을 조사위 밑에 둔 반면 과거사위는 법무부에, 조사단은 대검에 두면서 갈등이 일어나 조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법무부에 검찰과거사 청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사위 간사를 맡은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활동기한 연장 요구에 “사표를 쓰겠다”며 막아섰다. 검사들의 외압 행사에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도 구두경고로 마무리했다. 과거사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가 지난해 말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후임 인선 없이 3개월째 위원회를 위원장이 공석인 채로 두고 있다.

검찰 내 반발도 연장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과거사 사건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제도화하는 역할을 과거사위가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건건이 트집잡기에 몰두한다. 검사들에 대한 부당한 의혹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조직 내 갈등만 키웠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민들의 재조사 요구가 큰데 왜 서둘러 끝내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와 위원회의 모습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검찰개혁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