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304명의 영정사진을 서울시청 서고로 옮기는 '이운식'이 진행되고 있다.분향소 자리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돼 다음 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사진=이기범 기자 |
"고(故) 장XX...故 박XX..."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앞.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둔 학생과 선생님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호명됐다. 유가족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천막에서 영정을 하나하나 건네받았다.
노란색 패딩이나 자켓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순서대로 고인의 이름이 호명되면 영정을 받아, 한쪽에 준비된 상자 안에 영정 사진을 차곡차곡 넣었다. 일부 유가족은 끝내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서 304명의 영정사진을 서울시청 서고로 옮기는 '이운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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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이 옮겨지는 세월호 천막 앞에는 취재진과 세월호를 추모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고, 광화문 한켠에 '기억공간'이라는 추모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14년 7월 14일 처음 설치된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천막이 설치된 후 오늘까지 1707일 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세월호 유가족 측의 자진철거 의사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희생자 289명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移安式)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영정의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에서 '이운식'이라고 불렀다.
이날 이안식은 묵념을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기독교 순으로 진행되는 종교의식, 진혼(鎭魂)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불교계에서는 명진스님이, 기독교계에서는 홍요한 목사, 천주교에서는 서영섭 신부가 각각 참석해 종교의식을 치렀다. 이어진 진혼식에서는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와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나와 추모낭독을 했다.
장 위원장은 "우리는 이곳에서 단식을 했고 삭발을 했고 물대포와 싸웠다'며 "이 곳에서 함께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하다"고 사의를 전했다.
영정은 '추모공간'이 조성되기 전까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된다.
세월호 천막에서 영정사진이 다 옮겨지는 이운식이 마친 이후. 대책위가 세월호 천막 철거를 알리는 게시물을 부착한 모습./사진=오세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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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추모 기억공간'을 조성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월 5일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고, 광화문광장의 한쪽에 '기억공간'이라는 새로운 추모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세월호 천막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3개월 뒤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3개 텐트로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건강 등을 염려해 천막 11개를 더 지원하면서 분향소 천막 14개가 설치됐다.
이날 14개 동이 철거되면서 이 자리에는 천막 7개 크기에 달하는 '기억공간'이 들어선다. 전시공간은 2개 전시실과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18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 남아 있는 천막을 완전히 철거할 예정이다.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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