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등 혐의 관련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증인으로 출석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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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자금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뇌물을 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원 전 원장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보석(보증금부 석방) 신청이 인용돼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원 전 원장은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 항소심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만났다. 원 전 원장과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먼저 건넸고 이 전 대통령 역시 목례로 답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원 전 원장에게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 부인을 위한 질문을 하는 데 주력했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7~8월 국정원 예산관리관으로 하여금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2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있냐"는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의 질문에 "기억에 없다. 제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2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하도록 한 게 대통령 지시냐"라고 묻자 원 전 원장은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원 전 원장은 청와대가 시계 등 기념품을 만들 때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도 시계를 만들어 방문자에게 준다. (청와대가) 돈이 없어서 (시계를) 못 만들었다고 하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며 "아마 실장(국정원 기조실장)이 제게 보고하지 않았나 싶다. 금액을 얘기한 게 아니라 기념품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또 "(김백준이) 약간 오바하는 그런 기분이 있어서, 제가 상대를 안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대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뇌물요구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원장이 외부기관으로부터 누구한테라도 돈을 요구받거나 그러지 않는다. 국정원 직원들이, 5급 직원들이 장관실 왔다갔다 하고 원장이 보고를 받을 만한 거 받고 밑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우리 직원 10여명이 청와대 여러 수석실에 가 있다. 그런 연락은 하부에서 다 왔다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2억원을 국정원 자금으로 지원하는 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시할 사항이 아니고 김백준이 직접 부탁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기념품 제작 비용이든 보훈단체 지원금이든 당시 대통령이 증인에게 직접 또는 전화로 요청한 적도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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