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데뷔 20주년' 대니정 "아웃사이더? 난 독보적 소울 마에스트로"[SS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대니정(Danny Jung)은 여러모로 여느 색소폰 연주자와는 다르다. 그는 본인을 소개할 때 ‘색소포니스트’가 아닌 ‘소울 마에스트로’라는 표현을 쓴다. 색소폰 연주자이지만 자신의 음악 철학, 신념과 맞지 않기에 재즈 클럽에서 공연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는 악기 연주자가 뒤에 서서 단순한 반주자에 머물러야 한다는 편견과 20년간 싸워왔다. ‘이단아’ 혹은 ‘아웃사이더’라는 수식어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니 정은 오는 19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라이브뮤직 라운지 ‘루빅’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미국 최정상급 키보드 연주자 브라이언 심슨과 호흡을 맞추고, 그와 평소 교류해온 여러 뮤지션이 참석한다.

최근 만난 대니 정은 “눈깜빡할 사이에 20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공연이라 생각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작은 규모에서 내실을 기한 공연을 열게 됐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장소에서 멋진 공연을 펼칠 것”이라며 “나는 공연에 임할 때마다 그게 내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한다. 나의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멋있는 무대를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첫 싱글 ‘리플렉션스(Reflections)’를 발표하며 데뷔한 대니 정은 1집 ‘메이크 어 위쉬(Make A Wish)’로 국내 뮤지션 중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의 앨범은 빌보드 컨템포러리 재즈 차트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니 정은 “빌보드에 처음 진입한 뮤지션이란 수식어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미국 배급사를 통해 앨범을 출시했으니 진입은 당연한 일이다. 별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2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남들보다 늦게 악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색소폰을 사주며 그에게 요구한 건 목사인 아버지를 도와 매주 교회에서 연주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악기를 처음 만질 때부터 어떻게 테크닉을 늘릴까보다는 어떻게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악기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역할은 사람의 영혼을 만져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 그는 ‘편견’과 많이 싸웠다. “나는 ‘색소폰’이란 말을 싫어한다. 당시엔 한국에서 ‘색소폰’, ‘색소포니스트’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 선입견이 있었다. 술집에서 대화를 나눌 때 배경음악의 이미지가 강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가수 처럼 연주자도 무대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니 정은 재즈를 추구하는 여느 색소폰 연주자들과는 음악 장르도 다르다. 소울, 팝, 알앤비, 펑키, 가스펠 장르를 기반으로 한다. 연주자도 가수처럼 무대 위 퍼포머,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스포츠서울

“재즈 클럽에서 한번도 공연한 적이 없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예전만 해도 무대 위 공연보다 술 마시는 분위기가 우선시됐었다. 나는 연주자는 무대 위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연주자들은 대충 옷을 입고, 안보이는 구석에서 ‘나는 음악만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연주한다. 음악을 모두 숙지하지 않은 채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주자도 가수 못지 않게 옷을 갖춰입고, 무대가 돋보일 수 있는 여러 고민을 해야 한다. 왜 연주자는 반주자에 머물러야 하나? 연주자는 무대의 주인공 퍼포머여야 한다.”

데뷔 초반, 그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을 때마다 “꿈 깨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꿈에서 깨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 철학과 맞지 않는 무대는 거부해 가며, 계속해서 ‘꿈’을 쫓았다. 2014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700석짜리 공연을 하며 그는 자신이 꾸는 꿈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라고 표현하는 그는 “내가 잘나서 음악을 하는 게 결코 아니다. 분명 재능은 하늘에서 준 선물이지만 그것보단 그런 선물이 손에 쥐어졌을 때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내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용하고 싶진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0개 도시 투어도 준비 중이다. “내 음악을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 내 음악을 제대로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재즈라이프 제공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