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 악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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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유착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이 사건의 수사를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검경 사이에 묘한 긴장감도 흐르고 있다. 경찰에서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신뢰 회복을 위한 ‘자체 수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반면 검찰은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3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남성 연예인들의 불법 동영상 촬영 증거 및 고위 경찰 유착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가 “서장보다 높은 직급의 경찰과 유착이 의심되는 대화가 카카오톡에 담겨 있다”고 폭로한 직후였다. 민 청장은 “경찰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유착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뿐 아니라 감찰 역량을 총동원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하겠다” “일선 수사가 외압이나 내부 문제로 인해 의지가 꺾이거나 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을 수장으로 경찰 126명을 투입한 대규모 합동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 유착 관련 의혹을 해소할 테니 믿어달라는 취지다. 경찰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경찰로 넘겼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경찰의 이런 강한 수사 의지는 역설적으로 경찰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 이 사건 제보자는 방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에 카카오톡 내용을 제보하면서 ‘경찰 유착 의혹’을 이유로 ‘검찰에 수사를 맡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로서는 수사 시작부터 ‘의심’과 ‘불신’이라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 셈이다. 이번 수사로 경찰 고위층 연루나 일선 경찰의 광범위한 유착이 드러나면 경찰의 숙원 사업인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불리한 여론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경찰 안팎에선 연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2011년 터진 건설현장 식당 비리(함바 비리)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로 전직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들이 무더기로 처벌받았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그 사건 이후 당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바 있다.
수사를 맡겨달라는 경찰의 바람과 달리 검찰은 벌써 수사 채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민권익위로부터 지난 11일 수사 의뢰를 받은 대검찰청은 관련 자료에 대한 내부 검토를 끝내고 조만간 사건을 일선에 배당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부패’(경찰 유착) 및 ‘공익’(불법 동영상) 등 두 건으로 사안을 나눠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두 건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맡기거나, 불법 동영상 수사만 경찰에 넘기고 경찰 유착 수사는 검찰이 직접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유착 사건은 대외적인 명분이나 의혹 해소 차원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수사 주체를 놓고 검경이 ‘교통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최우리 황춘화 임재우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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