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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씨와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 등이 참가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우리를 봐주고 있다”는 등 경찰과의 유착을 의심할 만한 대화 내용이 나와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경찰이 입수한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에는 2016년 7월께 ㄱ씨가 ‘옆 업소가 자신의 업소를 신고했는데 경찰총장한테 이야기했더니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라는 취지의 대화가 포함됐다. 다만 경찰 수장의 공식 명칭은 ‘경찰청장“이기 때문에 이 대화가 실제 경찰 고위직이 편의를 봐준 것을 의미하는지, 거짓인지 등은 확인이 필요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고위층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또 추호의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에는 이밖에도 경찰과의 유착 의심이 드는 정황이 더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 관련 대화를 하다가 (대화방에 있는 인물이) 경찰 관련한 사람한테 생일축하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음주운전에 적발된 연예인 ㄴ씨가 대화방에서 언론 보도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고 이 부탁을 받은 ㄷ씨가 ‘유력한 인물에게 이야기해 보도를 막았다’고 말한 내용이 대화방에서 나왔다. 경찰은 이같은 대화가 오가는 중에 대화방에 참가한 한 인물이 ‘팀장이 생일축하를 해줬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대화 과정에서 나온 팀장이 ㄴ씨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한 경찰 관계자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ㄴ씨의 음주운전 사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으며 최종적으로 벌금형이 나와 정상적으로 처리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보도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민 청장은 “가령 경찰이 보도 무마를 해주고 혹시 대가를 받아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버닝썬’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번진 성폭력, 마약,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수사하는 합동수사팀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설치해 이후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합동수사팀의 수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이 맡으며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마약수사대 등 126명이 참여한다. 또 경찰청에는 수사국장을 책임자로 하는 합동점검단을 편성해 합동수사팀의 수사를 지휘해나갈 예정이다. 민 청장은 “경찰 역량 총동원해서 철저히 수사와 감찰을 해나갈 것이며 비위나 범죄가 발견되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승리와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카카오톡 채팅) 내용에 경찰과 유착 관계가 굉장히 의심되는 정황이 많이 담겨 있었다”며 “특히 강남경찰서장보다 높은 직급의 경찰과의 유착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 변호사는 자신이 카카오톡 대화방 자료를 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넘기게 된 이유에 대해 “제보자의 제보 내용을 다 검토를 했다. (단톡방) 안의 내용들을 봤을 때 경찰과 유착 관계가 굉장히 의심되는 정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 이거를 선뜻 수사 기관에 낼 수가 없다”며 “어느 정도까지 이게 진짜 긴밀하게 유착돼 있는지는 나도 사실 가늠이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방 변호사는 “심지어는 사건이 해결되고 무마되고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 왔어’ 이런 식의 대화도 있다”며 “개인적인 비위나, 어떤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대화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유착이 의심된 경찰이 “(강남경찰서) 서장 수준은 아니고, 더 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검찰청은 국민권익위가 지난 11일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국민권익위로부터 가수 정준영씨 등 남성 연예인들의 불법 동영상 촬영 증거 및 고위 경찰 유착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자료 원본을 넘겨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 이 사건 제보자가 권익위에 제보할 때부터 경찰 유착 의혹 때문에 검찰에 수사를 맡겨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은 국민권익위로부터 부패(경찰 유착) 및 공익(불법 동영상) 등 두 건의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대검은 고위 경찰 유착 의혹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 등에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환봉 이정규 최우리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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