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도 정준영 '몰카' 수사
핵심 증거 휴대전화 확보 못해
버닝썬 폭행 피해자, 가해자로 몰아 체포
CCTV영상 공개 뒤 반전…논란 증폭
1년 미제 '아레나 폭행' 재조사 2주만에 해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정준영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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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유흥업소에서 벌어진 사소한 폭력사건이 대형 스캔들로 비화되는 데 불씨로 작용한 것은 경찰의 부실수사 3건이다. 12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가수 정준영(30)씨는 이미 두 차례나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적이 있다. 그는 지인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상대방의 동이 없이 촬영된 성관계 영상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이 혐의로 처음 논란을 일으킨 것은 2016년 일이다. 당시 여자친구 A씨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한 혐의로 A씨로부터 고소당했다. 경찰은 정씨에게 영상이 담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폰 제출을 요구했으나 정씨는 사설 복원업체에 맡겼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경찰이 결정적 물증인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A씨가 고소를 취하해 사안을 그렇게 끝났다.
지난해 11월에도 정씨는 같은 내용의 행동을 반복해 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때도 경찰은 그의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은 모든 의혹을 촉발시킨 클럽 '버닝썬' 사태 초반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김상교(28)씨는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으나, 경찰이 도리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 긴급체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며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버닝썬과 강남경찰서 간 유착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강남경찰서가 폭행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계속하자 '부실수사가 뻔하다'는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고, 논란이 발생한 지 한 달 뒤에야 강남경찰서는 수사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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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며 과거 다른 클럽의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부실수사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2017년 B씨는 강남의 유명 클럽 '아레나'에서 폭행을 당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며 1년 넘게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버닝썬 논란으로 아레나 폭행사건이 재조명됐고,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이 재조사를 나선지 2주 만에 가해자가 드러나 입건됐다.
빅뱅 승리(29ㆍ본명 이승현)의 '투자자 성접대' 지시와 정씨의 '몰카 유포'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보자로부터 입수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도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방 변호사는 '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그 안에 단순하게 연예인 비위 정도면 상관없는데, 경찰 유착 정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제보자도 무서웠을 것"이라고 13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 나와 말했다. 이어 방 변호사는 '(카카오톡 대화에 등장하는) 경찰은 1명이냐'라는 질문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1명이다. 등장은 여럿"이라고 답해 경찰과 클럽간 유착관계로 인한 부실수사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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