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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휴대폰 고장났다” ‘성관계 몰카’ 정준영, 2016년 어떻게 빠져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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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정준영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영종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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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가수 정준영(30)이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이하 몰카)’ 혐의를 받는 가운데 2016년 또 다른 몰카 영상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휴대전화’를 늦게 제출하면서, 사실상 결정적 증거인 ‘몰카 영상’을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당시 수사 기관에 대해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 씨는 3년이 지난 2019년 3월 같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처리 되었다면, 또 다른 피해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승리 카톡방 성관계 영상 유포’를 처음 보도한 SBS ‘8뉴스’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피해 여성만 10명이다.


2016년 8월6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20대 여성 A 씨로부터 “지난 2월 정준영이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정 씨의 몰카 사건을 최초 보도한 한 매체에 따르면 정 씨는 경찰조사에서 “촬영은 했으나, 바로 삭제했다. 휴대폰이 고장났다”고 주장하며 결국 ‘몰카 영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결정적 증거인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은 진술과 녹취파일 등을 근거로 A씨가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고 정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이후 검찰은 정 씨로부터 문제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에 있는 내용을 분석했지만 혐의와 관련된 영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2016년 ‘정준영 몰카 사건’은 범죄 정황은 있었지만 수사당국이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이 매체는 당시 ‘형사사건의 핵심 증거물에 대한 수사가 빠져있어, 일반적인 몰카 수사와 비교해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라며 ‘문제의 영상이 담겨있는 휴대폰 확보가 최우선이다. 확보시점이 늦어질 수록 영상물에 대한 증거인멸 및 조작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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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30)씨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한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물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SBS 캡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수사 경찰관은 ‘SBS’를 통해 “미리 제출하라고 하면 ‘분실했다, 뭐했다’ 그렇게 되면 (수사를) 할 수가 없잖아요. (통상적으로) 조사 받으면서 제출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당시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적학과 교수는 “경찰이 범죄 혐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수사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수사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역시 `SBS`에서 “입증자료를 첨부를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면 굉장히 부실한 수사이면서 나태한 수사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성접대 의혹’을 받는 빅뱅 멤버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성관계 영상 촬영 의혹’을 받는 가수 정 씨는 14일 경찰에 출석한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서는 동영상이 어떻게 촬영돼 공유됐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정 씨는 전날(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tvN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을 촬영 중이었으나 촬영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라 이날 오후 6시3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 씨는 ‘보도된 카카오톡 내용 전부 사실입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후 13일 새벽 소속사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제 모든 죄를 인정한다. 저는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하였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며 사과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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