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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 출연자 : 이범 교육평론가
-사교육비, 11년간 조사 중 최근 1년 가장 높은 증가율
-사교육비, 조사대상 따라 천차만별...강남특정 1인 130만원
-사교육비 증가, 80% 구조적 요인...‘대학 서열화’
-학생부종합전형 등 난이도 높고 복잡할수록 사교육 늘어
-학종, 가장 심각한 부작용 드러내는 식으로 개선해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 개선안, ‘죽음의 사각형’되는 꼴
-MB정부, 선발제도 난이도 복합성 낮춰...사교육비 절감 효과
-영재학교 입시, 제일 불공정...교육당국 관심 가져야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제가 예전에 교육부 출입기자를 했을 때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교육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학교폭력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안은 두 가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맞물려 있는 것이죠. 오늘 사교육 문제 한 번 짚어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사교육비가 또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번 겨울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남긴 드라마가 있었죠. 드라마는 끝났지만 사교육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범 교육평론가, 스튜디오에 직접 모시고요. 우리 교육계 이야기를 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 이범 교육평론가(이하 이범): 안녕하세요, 이범입니다.
◇ 김호성: 오늘 아침 신문을 통해서도 헤드라인들이 보면 사교육 관련된 언급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제 통계청 자료에 기초한 것 같은데요. 이 통계자료를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지. 일단 큰 시각에서 이번 통계자료의 함의하는 시사점은 무엇이지 좀 정리해주실까요?
◆ 이범: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사교육비를 조사한 게 2007년부터입니다. 11년째 지금 조사를 한 건데요. 그 11년간 조사 중에서 증가율이 제일 높았습니다. 작년이 재작년에 비해서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7% 증가했는데요. 그래서 평균으로 치면 29만1000원. 그래서 결국 최근 들어서 2010년대 초반과 중반에는 사교육비가 주춤했거든요. 심지어 2010~2012년까지는 1인당 사교육비가 조금씩 줄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6~2018 3년 연속으로 증가율이 다시 높아졌는데요. 그러다가 가장 최근 2017~2018 사이에는 11년간 조사 중에는 제일 최고를 기록했죠.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게, 일부 언론에서는 이게 증가율이 역대 최고다, 이렇게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데 증가율이 역대 최고는 아니고요. 왜냐면 2000년대 이전에는 심지어 한 해 사교육비가 10% 이상씩 증가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사교육비 조사가 통계청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통계청에서 가계수지 조사할 때 가계 지출 중에서 사교육비와 연관된 항목을 따로 빼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본다든지, 교육개발원에서 잠깐 조사한 적도 있었고. 그런 통계라서 지금 통계하고 기준이 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2000년대 또는 그 이전에는 한 해에 심지어 15%씩 증가한 이런 경우들도 있었기 때문에 역대 최고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최근 10년간 들어서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호성: 이 같은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도대체 얼마가 사교육비가 든다는 이야기야, 이렇게 해서 보니까 29만 원 이렇게 되는데 이게 현실적인 금액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이범: 이게 우리 체감하고 달라지는 이유는 뭐냐면 의외로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사교육 안 받는 학생까지 모두 포함해서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계산하니까 1인당 30만 원 언저리 나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초중고학생들 가운데서 사교육을 안 받는 학생이 어디에 제일 많을 것 같습니까?
◇ 김호성: 사교육을 안 받는 학생, 초중고 중에서요. 올라갈수록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이범: 그렇습니다. 초등학생 중에는 사교육을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20%인데요. 고등학생 중에서는 50%나 됩니다.
◇ 김호성: 아, 그러니까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교육을 안 받는다는 말씀이시죠?
◆ 이범: 그렇죠. 왜 그러냐면 요즘 대학 진학률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한때 대학을 80% 이상 가다가 요즘은 60% 후반으로까지 떨어졌거든요. 대학 진학을 아예 하지 않겠다, 이런 학생들도 상당히 늘었고. 그래서 한때는 특성화고, 예전에 실업계라고 불렀던 이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전형으로 대학에 많이 진학했는데 요즘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진학하면 대체로 또 대학을 가지 않습니다. 또 일반고 중에서도 그런 학생들이 늘었고요.
◇ 김호성: 그런데 그러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 상황, 그리고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그러면 사교육비는 줄어들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증가율을 보인 거죠?
◆ 이범: 그러니까 체감하고 다른 거죠. 고등학생 중에 절반 정도는 사교육을 안 받는데 이 학생까지 포함해서 1인당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30만 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교육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만, 그러니까 한 절반 정도 되는 학생들만 한정해서 통계를 내면 벌써 두 배쯤 되는 거죠. 1인당 60만 원, 이렇게 되는 거고요.
◇ 김호성: 그러면 사교육 현장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게 따지면.?
◆ 이범: 그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고요. 오히려 최근 들어서 더 확대되고 있다는 이런, 이번에 나온 통계는 아닙니다만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서 그런 현상들도 보이고 있고요. 이번에 발표된 통계청 통계는 아닙니다만 강남구로 한정해서 조사한 사례가 있는데, 한 가구당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느냐. 130만 원.
◇ 김호성: 그건 엄청 높네요, 평균치보다.
◆ 이범: 그 정도 되면 우리 집에서 쓰는 것하고 좀 비슷하네, 이런 집안들도 꽤 있을 겁니다.
◇ 김호성: 이 같은 사교육비에 대한 편차, 이런 것들이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 이범: 저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요인은 80%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구조적 요인이란 일단 대학 서열이 굉장히 격차가 크다. 대학 서열화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것이죠. 미국이나 일본에도 대학 서열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더 대학 서열 격차가 큰 나라고요. 그리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한 어떤 압력,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사교육의 80%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보고. 나머지 20% 가지고 우리가 맨날 떠드는 거죠. 선발제도, 이렇게도 뽑아보고 저렇게도 뽑아보고. 줄을 한 줄로도 세워봤다가, 여러 줄로도 세워봤다가. 이런 것들이 사실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저는 한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도 잘하면 여기서 사교육을 좀 줄일 수가 있는데요. 어쨌든 최근 정부의 정책은 사교육 억제정책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왜냐면 사교육을 늘리는 요인이 주로 선발제도만 놓고 보면 난이도하고 전형의 복합성이거든요. 난이도가 높아지면 사교육이 올라가는 건 그냥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요. 전형요소가 복합적일수록, 그러니까 하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두 개를 챙겨야 하고 세 개를 챙겨야 하고, 전형요소 여러 개를 동시에 챙겨야할수록 사교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비중이 높아진 게 이른바 학종, 학생부종합전형인데 이게 전형요소가 상당히 다양하죠. 그러니까 내신도 챙겨야 되지, 또 제가 비교과라고 한마디로 말합니다만 비교과라는 것 안에 독서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소논문, 수상이력. 소논문은 올해 고1부터는 없애겠다고 선언했습니다만. 또 수능도 학종에 수능이 쓰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최저학력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학생들로서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챙겨야 하는 거죠.
◇ 김호성: 다시 말해서 사교육을 많이 받아야 하는 거네요, 그렇다면.
◆ 이범: 그러면 사교육 업계에선 어떻게 마케팅 하냐면 할 게 늘었으니까 선행을 더 많이 해라.
◇ 김호성: 이른바 선행학습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 이범: 그렇죠. 네가 고등학교 이것저것 할 게 이렇게 많은데 그러면 선행학습을 그만큼 많이 해놔야 고등학교 가서 어쨌든 비교과활동이라든지 이런 걸 좀 더 충실히 할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마케팅을 하는 거죠. 얼핏 들으면 상당히 그럴듯한 소리입니다. 그래서 이런 구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좀 되돌아보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전형요소의 복합성을 줄일 것이냐를 고민한다든지. 또 EBS 반영 비율을 70%로 유지하는 이런 정책을 쓰고 있었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이것을 50%로 낮춘다고 선언했거든요, 작년에.
◇ 김호성: 그것은 왜 그랬던 거죠?
◆ 이범: EBS 반영을 많이 하게 되면 문제 중의 하나가 국어나 영어는 반영할 때 지문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지문을 반영하면 아이들이 EBS 교재에 나오는 지문을 그냥 읽고 외워버려요. 영어도 영어로 된 것을 읽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한글로 번역한 걸 읽어버립니다. 그러면 어쨌든 지문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사실 굉장히 교육적이지 못한 것이다, 해서 70%에서 반영률을 50%로 줄인다고 선언해놨는데. 이것도 지문 반영은 좀 피해야겠지만 반영률은 그대로 70%로 유지한다, 이런 것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종이 가진 근본적인 복합성, 이런 것을 좀 어떻게 줄일 것이냐라든지, 또 EBS 반영률을 섣불리 낮춘다고 선언하지 않고 이것을 좀 유지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이런 걸 찾았어야 하는데 이 정부에서 그런 디테일한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조금 소홀히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좀 아쉬운 거죠.
◇ 김호성: 최근에 보면 이 선생님께서 어느 자리에서 보니까요. 학종, 지금 학생부 종합전형 ?관련해서 언급하신 걸 제가 기사를 한 번 봤는데 이것이 기회의 평등이 아니다, 결과의 평등이지. 이런 얘기 하셨던 것 같은데요. 무슨 의미죠?
◆ 이범: 그렇죠. 작년에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게 공정성을 핵심으로 놓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문제는 공정이란 말이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결과가 평등해야, 결과가 균형이 있어야 공정한 거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입장이 있는데 이 입장에 따르면 학종이 더 공정합니다. 왜냐면 수능으로 뽑힌 학생들에 비해서 학종으로 뽑힌 학생들이 서울 대비 지방이 좀 더 많고요. 고소득층 대비 중간이나 저소득층 비율이 조금 더 높고. 또 예를 들면 강남보다 강북이 더 많고.
◇ 김호성: 결과가 공정하다는 말씀이시네요.
◆ 이범: 그렇죠, 결과가 좀 균형 있게 뽑힌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학종이 더 공정한 게 맞죠. 그런데 공정함이란 말을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로 우리가 생각해본다면, 학종의 전형요소 중에는 기회가 불평등한 게 상당히 섞여있습니다. 특히 비교과라고 우리가 통칭해서 말하는 것 중에서 소논문. 강남 일대에 요즘 200~300만 원짜리 논문 컨설팅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행히 소논문은 올해 고1부터는 없애겠다고 정부가 선언했습니다만. 또 하나가 수상이력입니다. 소논문하고 수상이력이 학종의 전형요소들 가운데서 사교육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건데요.
◇ 김호성: 예를 들자면 무슨 대외적으로 하는 영어 말하기 대회 나가서 우승을 했다, 하면 그런 것이 반영된다는 말씀이시죠?
◆ 이범: 요즘에는, 2012학년도 전까지는 학교 밖 대회에 나가서 수상한 것도 전형에 반영했는데요. 2013년도 이후에는 교내 대회만 반영합니다. 어쨌든 교내대회 공지가 나면 물리경시대회, 수학경시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 이런 거 언제 한다고 하면 나는 그중에 하나 두 개 골라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짝꿍이 사교육과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더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열 받을 것 아닙니까. 이건 기회가 불평등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공정이란 말이 결과의 평등이란 말로 쓰일 때는 학종이 좀 더 공정해 보이지만, 기회의 평등이란 말로 해석해본다면 학종이 더 불공정할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이라는 거죠. 그래서 공정이란 말을 우리가 쓸 때 좀 주의해서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그런데 기회의 평등이란 말씀 보면요. 쉽게 표현하면 다시 말해서 사교육비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은 부모를 둔 학생이 유리하단 얘기잖아요, 결국에는.
◆ 이범: 그렇죠.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사실 부모의 조력, 또 부모가 벌어다준 돈을 이용해서 사교육비를 통해서 얻는 조력. 이런 것이 클수록 당연히 기회가 불공평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겠고. 그렇다고 제가 수능으로 뽑으면 다 좋으냐. 그런 것도 아니라고 제가 얘기합니다만, 어쨌든 학종이란 게 현실이고 지금 학종이 전체 4년제 대학 평균 정원 중에서는 30%, 그런데 서울 지역 탑10 대학으로 한정하면 무려 60%가 지금 학종입니다. 그래서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학종이 대세다, 이런 인식이 확산돼 있는 상황인데요. 그 상황에서 학종이 현실이라면 어쨌든 학종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몇 가지 요소, 이런 걸 좀 드러내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정부가 노려볼 만한 정책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 김호성: 교육정책의 개선 이런 것을 통해서 해법을 마련한다고 했을 때 구체적으로는 대입 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오지 않겠어요.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이범: 최근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이 장기적인 대입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인 대입 개선안을 보니까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복잡해져요. 내신도 보고, 비교과도 보고, 수능도 보고, 면접도 보는.
◇ 김호성: 학생들은 많은 걸 준비해야겠네요.
◆ 이범: 그래서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물론 내신도, 비교과도, 수능도, 면접도 교육 쪽으로 뭔가 의미가 있으니까 하자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학생 입장에서는 네 가지 다 하란 얘기니까.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때 정시는 지금과 구조가 달라서 수능 성적+내신 성적+논술 성적. 그러면 학생 입장에서는 세 가지 다 잘해야 하니까 굉장히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만약 내신, 비교과, 수능, 면접 이 네 가지를 모두 합산해서 보는 이런 식의 전형이 만약 퍼진다면 그러면 이건 죽음의 삼각형이 아니라 죽음의 사각형이 되는 꼴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부담도 커지고, 사교육 우려도 크고, 또 이건 교육적인 어떤 기준을 떠나서 아마 집권당이, 그때 집권당이 누굴진 모르겠지만, 집권당이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이게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으니까 또는 타당한 사유가 있으니까 무조건 합산하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오히려 사교육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거죠.
◇ 김호성: 말씀하신 김에, 예전에 사교육과 관련해서 문제 해법을 MB 정부 사례를 들으시면서 말씀하셨는데. 그때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던 겁니까?
◆ 이범: 역대 사교육이 줄었던 경우가 딱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이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때 딱 한 해 사교육비가 줄었고요. 그리고 MB 정부의 중기에서 후기 사이인 2010~2012년 사이에 조금씩 사교육비가 줄었습니다.
◇ 김호성: 어떤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 이범: 그때는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있었지만 입학사정관제 초기였기 때문에 비율이 높지 않았어요. 이 와중에 MB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수능 난이도를 낮춥니다. 수능이요. 2012학년도부터 난이도가 확 낮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이전에는 만점자가 거의 안 나왔는데요. 그 이후부터는 만점자가 10명, 20명씩 나오는 이런 상황인 거죠.
◇ 김호성: 하향평준화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던 거 아닌가요?
◆ 이범: 그런데 실질적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평균학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없고요. 그리고 PISA와 같은, OECD에서 하는 국제 학력 비교평가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비교적 높은 학력을 계속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리고 수능만 쉽게 낸 게 아니라 전형요소의 복합성, 즉 참여정부 마지막 해 케이스였던 수능+논술+내신 이런 죽음의 삼각형이란 구조에서 논술을 빼버린다든지, 또 내신도 반영 안 해도 되게 허용함으로써 정시에서 수능만 보면 되게 이렇게 만들어준다든지. 또 그때 대입만 건드린 게 아니라 고입을 많이 건드렸습니다. 2000년대까지 외고 입시가요. 이상한 시험을 보는 게 많았습니다. 수학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기간에는 영어듣기평가를 볼 수 있다든지. 또는 특별전형으로 토플 성적 같은 걸 반영한다든지. 이런 경우들이 많았는데 이런 걸 싹 없앴죠. 그래서 외고 입시, 2000년대 내내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난이도나 복합성을 상당히 줄입니다. 그리고 내신도 중학교 내신 성적 가운데서 영어만 볼 수 있게 한다든지. 그런데 이렇게 해서 난이도도 낮추고 전형요소의 복합성도 낮추면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실제로 납니다. 물론 그 폭은 크진 않지만. 80%라는 구조적인 요인이 그대로 있으니까 그 폭은 크진 않지만 어쨌든 선발제도를 잘 만지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한테 보여준 사례가 그때 3년간 사교육이 줄었을 그 경우인데. 지금 박근혜 정부 중반부터 다시 사교육이 올라가기 시작한 이유는 역시 전형요소의 복합성, 그러니까 학종이라는 것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지면서 학종이 가진 고유한 단점 중의 하나가 여러 가지를 보고 뽑자. 그러면 학생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니까 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 김호성: 마지막으로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짧게 30초 정도 정리해주신다면요?
◆ 이범: 저는 일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난이도 문제하고 전형요소의 복합성, 이것을 줄여야 한다고 보는데. 특히 지금 학종에서 수상실적 이것을 빼자, 이런 주장을 하고 있고요. 지금 대입 이야기만 했습니다만 고입이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영재학교하고 과학고를 학생들이 같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재학교 입시가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학생 1인당 요구하는 사교육비가 제일 많고요. 제일 불공정한 입시입니다. 이것을 세밀하게, 그리고 세밀하면서도 확실하게 건드릴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요즘 교육당국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로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건너야 할 강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범: 고맙습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이범 교육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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