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 ‘바트라’ 감사보고서 단독 입수
바트라, KT&G에 ‘자본 잠식’ 담배사 트리삭티 897억원에 매각 고수익
이익금은 배당 통해 말레이 라부안으로…T-50 수출 때와 겹쳐 ‘의구심’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지급한 금액 중 5170만달러(약 590억원)가 조세도피처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 담배회사는 2013년 말 기준 자본이 전액 잠식된 상태였음에도 KT&G는 주식 취득과 운영자금조로 2017년까지 6년간 총 25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KT&G의 회사 인수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 성과로 자랑한 인도네시아 차세대 고등훈련기 수출계약이 성사된 직후라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경향신문은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주식 51%를 KT&G에 매각한 페이퍼컴퍼니 바트라의 감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바트라는 2011년 자회사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 주식 51%를 1540만달러(약 180억원)에 취득한 후 같은 해 7월 KT&G에 7700만달러(897억원)를 받고 렌졸룩을 팔아넘겼다. 바트라는 트리삭티 주식 51% 외에 다른 자산이 일절 없는 자회사 렌졸룩 매각을 통해 불과 몇 달 만에 6200만달러(약 720억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KT&G와 바트라 간의 주식거래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초음속 훈련기 T-50 16대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때와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특히 바트라는 KT&G로부터 주식매매 차익을 거두자마자 곧바로 배당을 실시, 5170만달러를 모회사인 코룬이 가져갔다. 코룬은 조세도피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주소를 두고 있다. 결국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주식 51%를 취득한 대가로 지급한 897억원 중 그해에만 590억원이 조세도피처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트리삭티 주식거래 자료를 검토한 한 회계사는 “KT&G가 2011년 897억원을 주고 트리삭티 주식 51%를 취득했다면 기업가치를 약 1800억원으로 평가했다는 것인데 트리삭티는 만성적자 기업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한 주식거래로 보기는 어렵다”며 “KT&G에서 바트라를 거쳐 조세도피처로 흘러간 돈이 고등훈련기 수출계약 시점과 맞물려 있는 의혹도 무기업계에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영권이 KT&G로 넘어간 후 렌졸룩이 보유한 트리삭티 투자 주식 취득원가(약 500억원)는 2013년 말 적자누적으로 전액 손실 처리됐다. 하지만 KT&G는 사실상 기업평가 가치가 ‘0’원인 트리삭티 주식 100% 취득과 운영자금조로 2017년까지 6년간 2500억원을 투입했다. 증권선물위는 조만간 KT&G의 비정상적인 주식거래와 관련한 정밀 감리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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