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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송지훈의 축구·공·감'

[송지훈의 축구·공·감] 18세 이강인 ‘황금 거위’ 배 가르는 실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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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올림픽 예선 등 앞둬

소속팀서 추가 차출 거부할 수도

축구협회와 감독들 머리 맞대야

중앙일보

이강인을 A팀과 연령별 팀에서 고루 활용하려면 축구협회 차원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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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에 오랜만에 10대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의 18세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달 A매치 2연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 18세 20일(엔트리 발표 당일 기준), 역대 국가대표 선수를 통틀어 최연소 7위에 해당한다.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볼리비아전에 출전할 경우, 만 18세 31일. 김판근(17세 241일), 김봉수(18세 7일)에 이어 A매치 데뷔 기준 최연소 3위가 된다.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의 기록(18세 175일)보다 5개월 가까이 빠르다.

벤투 감독은 11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강인 활용법’에 대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특별대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경쟁은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연령별 대표팀과의 원활한 소통’도 약속했다. 이강인은 정정용(50)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김학범(59)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도 탐내는 공격 자원이다. 두 팀은 각각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도쿄 올림픽이라는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벤투 감독은 오는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본선과 관련해 “선수 선발에 대한 우선권은 A팀에 있지만, 5월에는 U-20 대표팀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A팀에 한 번 뽑혔다고 해서 U-20 대표팀에 차출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추후 U-23 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간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결과가 선수의 혹사로 이어지면 곤란하다. 소속팀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강인이 A팀과 U-23 대표팀, U-20 대표팀까지,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일각에서 “세 감독이 양보하면서 ‘운용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A팀에 일찍 합류한 게 오히려 어린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남다른 재능으로 10대부터 여러 연령별 대표팀을 넘나든 선수는 이전에도 많았다. 이임생(48) 현 수원 삼성 감독과 FC 서울 공격수 박주영(34)이 대표적이다. 10대 후반부터 청소년팀과 성인대표팀 등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팬들에겐 큰 박수를 받았지만, 선수 자신은 혹사에 따른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됐다.

바람직하지 않은 건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이강인이 A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U-23 또는 U-20 대표팀에서 뛸 기회마저 잃는 경우다. 유럽에서는 A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의 경우 가급적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실제로 일부 스페인 언론은 이강인의벤투호 합류 소식을 다루면서 ‘5월 U-20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흘린다.

A팀과 달리 U-20 대표팀이나 U-23 대표팀은 소속팀이 선수 차출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 이강인이 일찌감치 A팀에 합류한 걸 이유로, 발렌시아가 추후 U-20 대표팀 차출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인을 뽑을 수만 있다면 소속팀을 찾아가 삼고초려라도 하고 싶다”는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앞으로 발렌시아를 상대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 “이미 A팀에 합류한 이강인을 왜 U-20 팀과 U-23 팀에도 보내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답을 준비해야 한다. 벤투 감독과 정정용 감독, 김학범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2~3년간 ‘이강인 활용 플랜’을 미리 만들어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사’와 ‘방치’가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적절히 자리매김하도록 도와줘야 한국 축구의 ‘미래’는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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