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승인투표 하루 앞두고 EU측과 '안전장치' 변화 합의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론자·민주연합당 찬성표 던져야 승인될 듯
브렉시트 합의안 英 의회서 제2 승인투표 (PG)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까지 불과 18일을 남겨두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기존 합의안을 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양측 모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그동안의 이견을 서둘러 마무리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브렉시트까지는 양측 의회의 비준, 이에 앞서 영국 의회의 승인투표(meaningful vote)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1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간 합의는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와 관련한 영국 내 우려를 잠재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서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그러나 영국이 영구히 '안전장치'에 갇힐 수 있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중순 열린 브렉시트 승인투표는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230표차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그동안 주요 표결에서 보수당 편에 섰던 민주연합당(DUP) 의원 10명과 집권 보수당 의원 중에서도 118명이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을 선언한 뒤 EU 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제2 승인투표가 예정된 12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까지 양측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메이 총리가 유럽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메이 총리는 실제 융커 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영원히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고, 양측 간 미래관계 협상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없으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확보했다.
브렉시트 제2 승인투표에서 보완된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민주연합당(DUP)의 찬성표가 필수적이다.
다만 이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로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를 이끄는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이날 전해진 브렉시트 합의안 보완에 대해 "(메이 총리가 확보한 내용이) 옳은 방향인지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연합당(DUP)의 결정이 그의 마음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컵 리스-모그 영국 보수당 의원 [EPA=연합뉴스] |
민주연합당(DUP) 대변인은 '안전장치'에 가해진 변화에 대해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판단을 내리기 전에 텍스트를 한줄씩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의 협상이 실패했으며, 의회에 약속했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만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제프리 콕스 법무상이 내놓을 법률검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콕스 법무상은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법률검토 보고서에서 영국이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이 합의안에 대해 반대하는 근거로 이용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승인투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현재 집권 보수당 의석이 314석, 민주연합당(DUP)이 10석인 만큼 보수당과 민주연합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
만약 제2 승인투표마저 부결되면 영국 하원은 다음날인 13일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마저 거부할 경우에는 그 다음날인 14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관해 표결을 하게 된다.
하원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를 거쳐 탈퇴협정의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탈퇴협정 비준동의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뒤 21 회기일 내에 반대 결의가 없으면 자동 통과된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이행법률 심의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오는 29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술적으로 브렉시트를 2∼3개월 가량 연기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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