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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 명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답하고 있다. |
5.18 피해자 가족 "보기도 싫은 얼굴...쥐어뜯어도 시원찮다"
[더팩트ㅣ광주지방법원=송은화 기자] "이거 왜 이래?"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32년만에 광주를 방문해 사과 대신 내놓은 첫 발언이다.
지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1일 광주를 찾아 "발포 명령자가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쏘아붙였다.
이날 오전 8시 32분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34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취재진과 시민들을 한 차례 살펴본 뒤 경호원 부축 없이 스스로 걸어 법정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전 씨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전 씨는 당초 오전 11시 12분쯤 공주 근처인 탄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해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취재진들이 몰리자 내리지 못하고 차에 바로 다시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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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두환 전 대통령 출석 전 광주지법 앞에 모인 광주 시민들이 전씨의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시민 단체들은 전 씨가 법정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전 씨가 아무런 언급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 "전두환,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전두환은 사죄하고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 "전두환을 구속하라" 라고 잇따라 외치며 울분을 토했다. 전 씨가 광주에서 5.18 관련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전두환을 구속하라. 구속하라."
"전두환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민주화의 아버지란 말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은 전 씨에게 본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는듯 법원 밖에서 한참을 이같이 외쳤다. 오월 어머니집 이명자(70) 전 관장은 "1980년 5월 17일 내 남편, 정동년 씨가 내란수괴죄로 붙잡혀 간 뒤 고문을 당했다"며 "그러던 중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남편이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다행히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징역 3년 형을 살고 출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관장은 "당시 나는 평범한 가정주부에 불과했는데, 남편을 석방시키기 위해 태어난 지 한 달이 안된 아이를 두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며 "아직도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씨)보기도 싫은 얼굴인데, 쥐어 뜯어도 시원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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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자 인근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
고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 씨의 재판은 형사 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광주지법 201호 대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 판사는 충남 보령 출신이며 2016년 2월부터 2년간 국회 파견 판사로, 2018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부터 광주지법 형사단독 판사로 복귀했다. 서울대 불어교육학과 재학 중이던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공무원으로 7년 가량을 현장에서 일했으며,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도전해 2001년 합격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전 씨의 변호는 정주교(사법연수원 17기)변호사가 맡았다. 정 변호사는 보수 성향 법조인 단체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를 맡고있다.광주지법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동산초등학교 학생들도 전 씨가 법원에 도착하자 이 모습을 지켜보며 "전두환은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등 사과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happ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