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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버닝썬 사태

눈덩이처럼 커진 ‘버닝썬’ 의혹···경찰이 골머리 앓는 ‘난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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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 수사를 놓고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작은 클럽의 손님 폭행 사건이었지만, 클럽 사내이사였던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성접대 의혹, 클럽 내 마약 투약·유통, 탈세 및 경찰 유착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로서는 조직의 명운을 건 ‘난제들’에 봉착한 형국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눈 앞에 둔 상황에서 국민적 비판 여론까지 맞고 있는 터라 이번 수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지난달 27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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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의혹’이 최대 난제

버닝썬 관련 의혹들 중 경찰에게 가장 복잡한 사건은 승리를 둘러싼 것들이다.

경찰은 10일 승리의 성접대 의혹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아레나’를 압수수색했다. 이 클럽은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알려진 장소다. 언론 보도를 통해 2015년 12월 승리가 설립을 준비 중이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승리와 대화방 참여자들은 성접대를 암시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 부분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카카오톡 원본 메시지의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익명의 제보자가 지난 4일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카카오톡 원본 메시지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찰은 뒤늦게 권익위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튿날 “카카오톡 일부 메시지를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권익위가 준 자료가 아니라 다른 자료였다. 자료 확보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왔음이 드러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권익위 내부 절차 때문에 자료를 빨리 전달받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승리의 군 입대는 경찰에게 ‘설상가상’이다. 경찰로선 입대를 막을 만한 법적 근거도 없다. 병역법에 따르면 범죄로 인해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에 있는 경우에만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승리를 붙잡을 증거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승리의 신분을 ‘피의자’로 바꾸고 정식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보름 동안 승리의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승리는 입대해 군인 신분이 되고 그는 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입대 이후에도 기존 수사기관인 경찰과 군 헌병대가 공조할 수 있지만 수사 주체가 바뀌는 셈이다. 승리의 마약류 투약·유통과 탈세 등 의혹도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마약 수사 관건은 ‘유통망 규명’

투약자보다는 유통경로를 밝히는 것이 마약 수사의 정석이자 핵심이다. 현재 경찰은 이문호 버닝썬 대표 등 10여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18일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넘기는 등 경찰은 서울 강남 일대의 클럽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 마약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약 수사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려 금방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 갈 길 바쁜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마약 투약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맡겨 결과를 받는데만 1~2주가 걸린다. 이문호 대표도 경찰 간이검사에서는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국과수 정밀감정에선 일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입건됐다. 경찰은 일단 버닝썬의 ‘MD(영업직원)’로 활동하며 마약 유통책을 맡았다는 중국인 여성 ‘애나’와 이 대표 등을 집중 조사하며 유통 경로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엔 클럽 내 VIP룸에서의 성추행 동영상이 나오고 영상 속 남녀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등 규명해야 할 마약 관련 사안이 산적하면서 수사도 쉽게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경찰 유착’ 규명이 가장 당혹”

소문으로만 떠돌던 ‘경찰 유착’ 정황이 실제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최악의 악재가 터진 것이다. 결론이 명확히 나오지 않을 경우 조직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하겠지만, 수사가 잘된다고 해도 경찰이 입는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경찰은 지난 6일 버닝썬과 경찰 간 ‘뇌물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강모씨(44)와 강씨가 임원으로 재직하는 화장품업체 부하 직원,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강씨의 지시를 받은 부하 직원이 이씨에게 2000만원을 받아 강남경찰서 경찰관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강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지만 검찰의 ‘반려’를 받고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뇌물 수사의 기본이 안돼 있는 수사”라는 문구를 써가며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 입장에선 한편으로는 성급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만큼 이 수사가 경찰 조직 신뢰 회복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대해 유착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까지 벌이면서 내부 단속과 신뢰 회복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초기 유착의 대상자 중 한 축인 강남경찰서에게 계속 클럽 내 폭행사건 수사를 맡겼다가 비판이 일자 다시 광역수사대로 넘기는 등 ‘삐끗한 행보’를 보여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은 10일 클럽 탈세 의혹 등과 관련해 클럽 아레나와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강남 클럽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전하면서 수사 성과에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아직 수사 초기인데다가 클럽들이 이미 세무사 등을 동원해 탈세 의혹 방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로선 이번 수사를 통해 신뢰 회복과 ‘한 건’을 동시에 목표로 뛰고 있지만 난제들에 둘러싸여 쉽지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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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유통 등 의혹으로 지난달 17일 폐업한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의 출입문이 닫혀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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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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