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한 현실'···범죄 종합판 '버닝썬'
클럽서 마약 성범죄·성접대 의혹 불거져
'경찰 비호 있다' 의혹 제기···"유착 수사 중"
탈세 혐의까지 번져···다른 클럽도 벌벌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클럽 ‘버닝썬’ 사태의 시작은 직원과 손님 간 단순 폭행이었다. 그러나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 △물뽕(GHB) 등 마약 성범죄 의혹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의 성접대 의혹 △조직적 탈세 혐의 등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화보다 현실이 더하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시간이 갈수록 의혹이 더해지는 지금, 쟁점 별로 클럽 버닝썬 사건을 되짚어봤다.
◇2018년 11월24일 폭행 신고=버닝썬 사태는 지난해 11월24일 버닝썬 앞에서 벌어진 직원과 손님 김모(28)씨 간 단순 폭행에서 시작됐다. 곧이어 112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김씨였다. 그러나 상황은 김씨 예상과 다르게 돌아갔다. 이에 김씨는 ‘경찰이 피해자인 본인을 폭행했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할 사진과 기록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이윽고 지난 1월 해당 사건이 보도되며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애초 경찰은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장 명의로 ‘김씨가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했지 폭행한 것은 아니다’며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버닝썬 측도 곧장 직원들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버닝썬 측은 ‘김씨가 손님을 추행해 끌어내는 도중에 불가피하게 폭행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이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성추행 뿐 아니라 약물 성범죄까지’=성추행 의혹은 곧 ‘물뽕’(GHB) 거래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 뿐 아니다. 버닝썬에서 약물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전해졌다. 실제 경찰은 버닝썬에서 중국인 등 VIP 고객들을 상대로 마약류를 유통한 의혹을 받는 클럽 MD ‘애나’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있다. 바로 애나가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즈음부터 ‘김씨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버닝썬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버닝썬의 다른 직원 역시 코카인과 필로폰 등을 판매·투약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보도됐다.
◇‘클럽-강남경찰서 유착 의혹’에 광역수사대 나서기도=애초 경찰은 김씨가 제기한 ‘클럽과 경찰 간 유착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버닝썬과 경찰 사이를 이어온 브로커로 지목된 전직 경찰 강모(44)씨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유착 의혹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강씨는 지난해 7월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려는 이문호 (29) 버닝썬 대표에게 2,000만원을 건네받아 이 중 일부를 강남서 경찰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강남서는 당시 클럽에 출입한 미성년자 A씨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서를 ‘버닝썬’과 관련한 모든 수사에서 배제했다.
◇탈세 의혹 등 클럽 전반으로 번지는 ‘버닝썬 사태’=‘버닝썬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서울권 클럽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우선 탈세 혐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유명 클럽인 ‘아레나’가 그 대상이다. 국세청은 2018년 아레나가 세금 260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포착하고 전·현직 사장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2014년부터 4년 동안 6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세청이 고발한 전·현직 사장들은 이른바 ‘바지사장’에 불과하고 실제 소유주는 40대 남성 강 모씨로 보고 출국 금지 조치했다. 아울러 경찰은 아레나와 관련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미제전담팀에서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11월 아레나를 방문한 20대 남성 박모씨는 이 클럽 보안요원들에게 폭행당해 눈 주위 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경찰이 1년 넘게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아레나는 지난 7일부터 영업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경찰은 이번 사건 처리에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입장이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유착문제는 경찰의 생존과도 연결이 돼 있는 것으로 근절하겠다”며 “폭행 사건이 미제로 남아있는 아레나 건도 서울청 미제전담팀에서 수사하도록 했고 수사를 해서 결과가 나온다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