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차량에 탑승해 서울 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6일 보석(보증금 10억원)으로 풀려났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이행하면) 자택에 구금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됐고 기존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들이 불출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4월 8일)까지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결을 내리기가 불가능하다"며 "주거, 외출, 접견과 통신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조건 아래 보석 후 재판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낸 보석(병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서울동부구치소로 돌아간 뒤 보석 절차를 거쳐 이날 오후 귀가했다. 그는 보석 조건에 따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만 머물러야 하고, 병원 진료 등 외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접견이나 통신도 배우자와 직계혈족(직계혈족 배우자 포함), 변호인으로 제한됐다. 이 같은 조건을 어기면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뒤 재판부가 보석 조건을 숙지했는지를 묻자 "숙지했다"고 답했다. 또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본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제가 구속되기 전부터 오해를 살까봐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의 보석 허가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는 서울보증보험에서 10억원의 1%인 수수료 1000만원을 내고 보증서를 발급받아 보증금을 대납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정국에도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새 대표로 선출된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나 보석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 해체'를 막으려는 활동을 벌이고 있어 이 사안에 대해선 MB 측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MB계인 정진석 의원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당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핵심 사업이고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반대 투쟁을 위해서는 사업 효과를 다시 따져보는 재평가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MB 측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죄 없는 MB를 1년 동안 구금하고 있다가 오늘 석방한다고 한다"며 "2년간 장기 구금돼 있는 박 전 대통령 석방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원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적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재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향후 재판에선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일부에선 이 전 대통령 보석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소멸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에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MB계로 분류되거나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있지만 정치적 구심점이 없어 세력으로서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MB와 가까운 홍 전 대표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MB계 정치인들은 2007년 대선 승리일이자 이 전 대통령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겹치는 12월 19일 송년 모임을 하고 있지만 친목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 보석 결정에 대해 한국당이 공식 논평을 발표하지 않는 것 자체가 한국당과 이 전 대통령 간 관계를 보여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견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 생각한다.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송광섭 기자 /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