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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명박 "내가 증거 인멸할 사람이냐"면서 '사실상 자택 구금'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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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4월 8일 구속 기간 만료, 그 때까지 항소심 못 끝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접견 제한 등 조건도 못 걸어”

주거지 제한·외부인 접견 금지 등 조건부 보석 허가 내줘

MB 조건부 석방 받아들여 “공사 구분, 오해 소지 없게 하겠다”

“나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거 아니냐” 분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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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2일 구속 수감된 지 349일 만에 서울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허가했지만, 사실상 ‘자택 구금’과 다름없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자택으로 제한하고 외출을 금지했다. 또 배우자,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 외부인과 접견 및 통신을 제한했다. 병보석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법원에 주거 및 외출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어달라고 신청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차례 ‘보석 조건 준수에 관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은 조건이 잘 지켜졌는지 점검하는 회의를 한다.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은 취소되고 곧바로 다시 구금되며, 보석 보증금(10억원)도 국고로 귀속된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제도가 국민의 눈에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어서 상당히 엄격한 조건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석 결정은 법원 인사 등으로 새로 구성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불구속 재판 원칙 외에 여러 ‘실무적인’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이 1심 때와 달리 전략을 바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부인하며 증인들을 줄줄이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나섰고, 그 결과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료 기간(4월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보석 허가 사유를 설명하며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지 못해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오히려 피고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주거 제한이나 접견 제한 등 조건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한달 일찍 풀어주되 차라리 엄격한 조건을 붙여 재판을 이어가는 게 더 낫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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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로부터 ‘제시한 조건을 따르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하는 사람이니 (증인 접촉 등)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히며 조건부 보석을 받아들였다. 보석 결정 직후 이 전 대통령 쪽 강훈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받아들일지 의논하면서 ‘재판부가 나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기분 나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어차피 곧 석방되는데 뭐 하러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냐”는 참모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무죄 추정 원칙에 의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며 낸 보석이기 때문에 가혹한 보석 조건이지만 감수하자고 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게 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측근, 지지자들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을 마친 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으며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등 인사를 건넸다. 이 전 대통령은 희미하게 미소 띤 얼굴로 “지금부터 고생이지요 뭐.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가 동부구치소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10억이 아니라 100억월 줘서라도 일단 나와야 된다. 일단 나와야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마친 뒤 자신이 1년 가까이 수감돼있었던 동부구치소에 들렀다가 오후 4시께 자택으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앞으로 소환에 응하지 않는 증인 명단을 고법 누리집에 올리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이날 “종전 재판부에서 증인들에게 소환장을 보냈지만 폐문 부재(문이 닫혀있고 사람이 없음) 등을 이유로 증인 신문이 계속 미뤄져 왔다. 법원은 서울고법 누리집에 증인신문 대상자들의 이름과 신문 기일을 공지하겠다. 그런데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증인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구속 재판’에 준하는 정도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고한솔 장예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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