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조사 결과 앞두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길"
'장자연 리스트' 공소시효 두 달…재수사 전망은(CG) |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배우 고(故) 장자연이 남겼다는 유서 - 사실상 유서라기보다는 문건에 가까운 - 의 도입부는 2009년 3월 10일, 고인의 장례를 치른 바로 다음 날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이 사건은 '성접대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수면에 올라왔다 가라앉았다 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왔다.
그러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이 사건은 10년 만에 이달 말 진상조사와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성접대 대상 명단이 포함된 '장자연 리스트'의 유일한 목격자로 불리는 고인의 동료배우 윤지오 씨가 최근 10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 '13번째 증언'을 내놨다.
그는 저서에서도 당시 고인이 남긴 심경 고백 글에 이어 이름이 빼곡히 적힌 리스트를 봤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두 장에는 이름이 쭉 나열돼 있었다. 그 리스트에는 이름과 회장, 사장, 대표, 감독 등 직위만 간단히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소속이 쓰여있지는 않았다.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B 성(姓)의 세 사람 이름이 연달아 적혀 있던 부분이다. 족히 40~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러면서 "이것이 자연 언니가 자신의 심경을 기록한 것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 같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내용증명서로 생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인이 성추행 당한 순간을 목격한 일 역시 재차 꼼꼼히 기록했다.
[가연 제공] |
윤 씨는 이후 참고인 자격으로 10여 차례 수사기관 수사에 협조했으며, 같은 증언을 반복했지만 결실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의 13번째 증언은 과거사위가 나선 지난해였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사건을 되살려 내가 증인석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낸 많은 사람이 함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윤 씨는 과거사위 발표를 앞두고 책 발간과 더불어 라디오 출연 등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10년간 증언에 주력하면서 젊은 시절 꿈이었던 연기도 접어야 했다.
"자연 언니가 생을 마감한 이후 나는 어느 한 때도 언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자연 사건'의 직접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들은 내가 법정에 증인으로 설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장자연 사건'의 실체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물어왔다. 그 속에 웅크린 모욕적인 관심을 숨긴 채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거짓 속에 묻힌 진실이 내 마지막 증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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