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최근 택시업계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젠더갈등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할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계동=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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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치인' 이준석의 시선…"페미니즘, 둘 중에 하나 골라야"
[더팩트=상계동|문혜현 기자]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고 기겁했어요.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정적인 사례의 합집합을 모아놓고 '넌 불쌍하지 않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상당 부분 실제 경험이 반영됐겠지만, 결국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쓴 건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제일 불쌍한 게 누군지 아세요? 1941년생 이명박이에요. 41년생 이명박은 먹을 게 없어서 술 담그고 난 찌꺼기 먹었다고 써 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택시 운전사'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요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각종 방송 활동과 정치 행보에 나서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위협받고 있는 '구산업'인 택시업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이 최고위원은 택시 운전사 면허를 취득해 2월 1일부터 법인 택시회사에서 정식 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은 택시 야간반 운행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이 최고위원을 노원역에서 만났다. 야간 밤샘 근무를 앞둔 이 위원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색 후드티에 검은색 바지, 운동화를 신고 취재진 앞에 나타난 이 최고위원은 인터뷰 후 이어질 12시간 근무를 위해 붕어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젊은 정치인' 이 최고위원은 2030세대 이슈 논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최고위원과 김지예 변호사가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여성 고위직 할당제'를 놓고 벌인 설전은 대중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그의 택시 운전 한 달을 기념(?)하며 '청년 정치'와 '젠더 이슈'를 놓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최고위원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방송, 토론, 택시 운전까지 그에게서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택시 운전사 이 최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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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정치인' 이준석 "젊은 정치인은 어때야 하는데요?"
그는 "사실 바른미래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점은 똑똑한 사람들 모아 놓고 새로운 걸 하겠다고 해놓고 창당할 때 '무엇을 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남과 호남의 결합으로 영호남 갈등을 없앤다'고 답한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 중에선 영호남 갈등을 대한민국의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하는 다른 형태의 갈등들, 계급·젠더갈등 등에 대응할 수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민주당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꼰대 집단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상황인데, 그 안에서 바른미래당이 갈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 논의 방향에 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정치권에서 아무 쓸모 없는 기술"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기계가 대체하는 형태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 소외'가 정치권에서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누가 고민하고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런 꼰대 집단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상황인데, 그 안에서 바른미래당이 갈피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 야간 근무 중인 이 최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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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청년 정치인을 따로 분류하는 것은 함정"이라며 "어떤 형태의 문제든 청년 문제와 일반 문제가 따로 존재할 수 없는데, 따로 떼어놓고 왜소하게 만들어서 형식상의 청년 비례대표 의원에게 몰아주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청년을 다독이는 방식이었다고 본다"며 "그래서 저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청년 최고위원으로 나가지 않았다. 청년 최고위원이나 청년 비례대표를 다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젊은 정치인의 고충은 무엇일까. 이 위원은 "선거에 가보면 젊은 정치인이 표를 얻을 수 있는 세대폭이 넓지 않다. 나이 든 사람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정치판에 오는 것을 꺼리고, 젊은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정치하는 것에 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략해야 할 대상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청년 정치인은 어떤 스펙이 되어야 하냐고 물으면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실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구 의원의 스펙이나 전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청년 정치인에겐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2020 총선을 앞둔 가운데 당선 가능성을 묻자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제가 바른미래당 전국 지지율이 6~7%에 머무르고 있을 때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2배 이상 득표했다"며 "우리 동네 보수진영에서 헤게모니 싸움은 끝난 것 같다"고 자부했다.
이어 "제가 걷고 있는 새로운 보수의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며 "사실 상계동은 보수에게 굉장히 어려운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경직된 경제 정책이나 2030 지지층 이탈 등으로 고전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기대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의 젠더 갈등이 극단화되고 있는 현상에 관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부정적인 사례들을 모두 모아 선입견을 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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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치인' 이준석 "한국 페미니즘, 이득만 취하면 공감 사기 어려워"
한국 2030세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인 '젠더 이슈'에 이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워마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에게 한국 젠더 문제를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는 '당신은 둘 중에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 여부를 묻는다"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차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들을 운동으로 삼는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원천적인 차별과 차별을 바로잡는 행위를 부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페미니즘 운동의 두 종류가 때에 따라 바뀐다고 봤다. 이 최고위원은 "제가 미국에서 봤던 페미니스트 운동 중 하나는 '모든 전투병과에 여성이 복무할 수 있게 하라'였다. 군에서 여성을 차별하지 말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다"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리나라 운동은 상황에 따라 이득이 되는 것만을 취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어느 쪽의 공감도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이 최고위원은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김지예 변호사를 상대로 '여성 고위직 할당제'를 주제로 토론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최고위원은 "사실 그 토론에서 가장 남성들을 분노시켰던 건 택시와 같은 어려운 직군에서는 남녀 성비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고위직 같은 경우 할당제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저는 그 논리가 설득받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젠더 이슈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유에 대해 '좋지 않은 사례들을 모두 모아 선입견을 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고 기겁했다. 사실상 사람으로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정적인 사례들의 합집합을 모아 놓고 '넌 불쌍하지 않니'라고 묻는 것"이라며 "물론 상당 부분 경험했던 게 있었겠지만 결국 가상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젊은 정치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오는 2020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상계동 보수진영에서 헤게모니 싸움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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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제일 불쌍한 게 누군지 아느냐. 41년생 이명박"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자서전을 보면 82년생 김지영보다 훨씬 불쌍하다"며 "이 전 대통령은 실화임에도 더 불쌍하다. '82년생 김지영' 책엔 밥 먹을 때 뒤로 밀리는 내용이 나오지 않나. 41년생 이명박은 먹을 게 없어서 술 담그고 난 찌꺼기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82년생 김지영' 책에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 이 전 대통령 자서전에 눈물을 흘릴까? 아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선입견을 품고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팩트> 취재진은 또, 지하철 임산부석·여성 전용 택시·여성안심귀가서비스·여성 전용 주차장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 중 하나에 대한 이 최고위원의 생각도 물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성 전용 주차장' 문제는 상당히 위험하다"며 "자칫 '여성의 운전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해석이 되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해당 제도의 도입 취지 중 하나가 여성의 범죄 취약성을 고려해 CCTV를 더 많이 배치해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한 쪽에 CCTV가 널려 있고 아닌 곳에 CCTV가 더 많은 건물은 없다"며 "백화점 등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여성들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젠더 이슈 측면에서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 최고위원이 여러 방면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정치인이 사람을 계산하고, 어떤 틀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공식을 거부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보통 선거에 나가고 3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자력으로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들은 좌절하곤 하는데, 저는 다양한 방송 활동 등으로 버티고 있다. 나중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게 지금까지 이준석이 떳떳하게 오만가지 이야기를 다 하고 다닐 수 있는 당당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이 최고위원과의 노원에서부터 마포구 상암동까지의 24~25km 거리를 달린 택시 인터뷰는 끝이 났다. 취재진은 택시비 2만5100원을 결제했고, 이 최고위원은 다음 손님을 태우기 위해 떠났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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