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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야구는 귀환의 종목, 그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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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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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돌아오는, 귀환의 종목이다. 다른 대부분의 구기 종목들이 공(ball)을 목표(goal)에 도달 혹은 통과시킴으로써 득점을 하는 것과 달리 야구는 플레이어가 베이스를 모두 밟고 ‘돌아와야’ 득점이 이뤄진다. 야구에서 득점이 포인트가 아니라 런(run)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돌아오는 목적지의 이름 역시 의미심장하다. 야구는 ‘홈’ 플레이트를 밟아야 득점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대니 파쿠아는 지난해 4월20일 휴스턴과의 홈경기 6회초 구원등판했다. 2루타를 허용했지만 호세 알투베를 삼진으로 잡았다.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2점홈런을 허용한 뒤 조시 레딕을 뜬공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삼진도, 홈런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경기 전 그라운드에 줄지어 서서 들었던 국가 연주도 기억나지 않는다. 파쿠아는 6회말 팀이 공격하는 동안 더그아웃에서 쓰러졌다. 뇌동맥 파열이었다.

상태가 심각했다.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뇌수술을 받았다. 뇌에 가득 찬 피를 빼내는 응급처치를 한 뒤 재수술을 해야 했다.

파쿠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왼쪽 관자놀이부터 시작된 수술자국이 이마를 지나 머리 전체로 이어졌다. 야구를 다시 하는 것은커녕,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유망주 투수였다. 2012년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에서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을 때 시애틀로 이적했다. 힘 있고 묵직한 속구가 장점이다. 2013년에는 시애틀의 마무리투수로 16세이브를 따냈다. 2018시즌에도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뇌동맥 파열은 모든 커리어를 끝낼 수 있는 병이었다. 강속구를 던지던 파쿠아의 팔은 퇴원했을 때 갓 태어난 아들 리암의 카시트를 옮기기도 힘들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재활은 천천히 이뤄졌다. 근력 회복도 중요하지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골프를 칠 때도, 불펜 피칭 훈련을 할 때도 배팅 헬멧을 썼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회복 훈련에 들어갔다. 다시 공을 힘껏 던졌다. 화이트삭스와의 계약이 끝나고 새 팀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친정팀 뉴욕 양키스가 관심을 보였다. 스트라이크 존 위쪽을 공략할 수 있는 힘 있는 속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파쿠아는 “양키스 불펜은 이미 꽉 차 있는 상태지만 양키스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코칭스태프는 내가 다시 야구선수로 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 구장에 여섯살 소녀 매디슨 파쿠아의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매디슨은 “아아아아빠아아아아”라고 외쳤다. 도화지에 “삼진으로 잡아버려요 아빠”라고 직접 쓴 손팻말을 들었다. 파쿠아는 양키스가 3-1로 앞선 4회 마운드에 올랐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뒤 첫 실전 투구였다. 배팅 헬멧 대신 모자 안에 왼쪽 관자놀이를 보호하는 특수 장비를 썼다. 결과는 0.1이닝 3안타 5실점. 평균자책 135.00이지만 숫자보다 ‘귀환’ 자체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피츠버그 홈경기였지만 8000명의 박수가 파쿠아를 향해 쏟아졌다. 파쿠아는 “다시 야구선수가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KBO리그가 돌아온다. 지난해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와 에이스로 다시 섰다. LG 류제국은 허리 수술에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어깨 통증과 싸우는 KIA 윤석민도 마운드에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KT 이대형도 무릎 수술을 끝내고 캠프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KT 이대은과 삼성 이학주는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야구는 돌아오는, 귀환의 종목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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