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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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강남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이 심화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오전 버닝썬의 손님 김상교(29)씨가 해당 클럽 직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전화 한통에서 시작했다.
당시 김 씨는 경찰에 “이 클럽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클럽 이사와 가드(보안요원)에게 끌려 나와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했다”며 “머리와 복부 등을 마구 얻어맞고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수갑을 찬 건 김 씨였다. 경찰은 당시 김씨가 버닝썬의 영업에 지장을 줬고 조사 과정서 욕설하고 소란을 피우는 등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봤다.
이후 김 씨는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의 민간인 집단폭행 및 버닝썬 집단구타 사건을 제보한다”는 의혹 글을 올렸고, 사건은 클럽 내 마약 유통, 성범죄, 경찰과의 유착 의혹, 성접대 의혹 등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버닝썬 사건이 ‘버닝썬 게이트’ 라 불리는 이유다. 경찰은 현재 관련 혐의로 클럽 관계자 등 10명을 입건해 수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버닝썬을 둘러싼 3가지 의혹을 살펴봤다.
버닝썬 클럽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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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내 마약류 유통 및 투약 논란
김씨는 본인의 SNS에 버닝썬 운영진의 묵인 아래 마약류가 유통되고 있으며 일명 ‘물뽕’(GHB)을 이용해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전직 버닝썬 직원들은 “코로 가루를 들이마셨다”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경찰 압수수색 당시 클럽 직원 조모씨의 집에서 엑스터시, 해피벌룬 등 클럽에서 사용되는 약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조씨는 최근 6년 간 4차례나 마약 관련 형사 처벌을 받은 인물로 과거 클럽 아레나를 포함한 클럽 3곳과 주차장 등에서 코카인과 필로폰 등을 판매하고 함께 코카인을 투약하다 적발돼 실형까지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은 마약류 투약·소지 등의 혐의로 조 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클럽 MD로 활동하며 마약 투약과 유통 의혹을 받는 중국인 직원 ‘애나’ 역시 경찰 재소환이 결정됐다.
버닝썬 뿐만 아니라 ‘아레나’ 등 강남 일대 다른 클럽에서도 마약 투약 정황이 확인된 가운데, 앞으로 클럽 내 마약류 유통과 투약 문제는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여성 700여명이 모여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클럽의 ‘안전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클럽의 ‘폐쇄’를 요구한다”며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를 규탄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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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관내 경찰 유착 논란
버닝썬의 공동대표 이모(46)씨는 전직 경찰관 강모(44)씨를 통해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미성년자 손님이 술을 2000만원어치 마시며 놀다가 적발됐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강 씨를 통해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금품을 상납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강씨의 부하직원 이모씨가 버닝썬 측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계좌 6개에 나눠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버닝썬의 수사 무마 등을 위해 경찰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의 부하직원 ‘뇌물전달책’ 이 씨가 4일 경찰에 출석,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부하직원 이 씨는 이날 오전 10시27분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경찰에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경찰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관에게 돈을 받았다고 나와 있는 계좌 내역은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스크린 샷이다. 그것을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언론사에서 노출시켰다”며 “절대 경찰에게 갔던 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의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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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7월 강 씨는 버닝썬에서 한 행사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가 출입했다. 이 때문에 버닝썬이 영업정지 위기에 놓이자 경찰에 돈을 건네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해당 사건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현재 이문호 버닝썬 대표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경찰 출석은 지난달 13일·14일·18일에 이어 4번째다.
한편 버닝썬이 입주해있던 르메르디앙서울호텔 최모 대표가 지난해 12월31일까지 강남서의 자문기구인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클럽과 관내 경찰의 유착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자로 구성된 일종의 자문기구다. 최대표는 버닝썬 지분의 42%를 소유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지난달 27일 조사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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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 승리의 경영 관여 여부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다. 승리는 현재 버닝썬에서 일어난 논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버닝썬의 사내이사로 사실상의 실소유주로 꼽힌다.
각종 혐의에 연루된 당사자들과 연관된 인물이라는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승리가 직접 버닝썬 경영에 관여했는지, 클럽 내에서 벌어진 불법행위 등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 등의 여부가 이후 사건의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는 현재 버닝썬 사태와 별개로 성접대 의혹으로 내사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 ‘SBS funE’는 승리가 2015년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정황이 드러난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승리 측은 보도가 나온 뒤 즉각 “조작된 메시지”라고 반박했다가, 하루 만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경찰은 성접대 관련 대화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보유자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매체는 4일 권익위가 승리가 포함된 성접대 의혹의 증거물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체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 앞 경찰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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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이 증거물은 한 공익제보자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가 확보한 자료는 승리와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그리고 여러 연예인들이 참여하고 있었던 카카오톡 대화방 메시지 수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앞서 유 씨는 “이슈가 되고 있는 카톡 내용은 전부 사실무근이며, 승리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누군가가 허위로 조작된 카톡 내용을 제보하고 있고, 이는 확인 절차 없이 보도된 허위 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권익위는 해당 카카오톡 자료 속에서 승리의 성접대 의혹뿐만 아니라 강남 클럽들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등 다른 정황들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는 현재 마약투약과 성접대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현재 버닝썬과 관련해 10명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4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문호) 대표를 포함해 10여명에 대해 입건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클럽 관계자는 6∼7명, 대마초를 했다고 추정되는 클럽 내 손님은 3∼4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엔 단순 투약자를 비롯해 마약류를 직접 유통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전진영 수습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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