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낙후 지역 개발을 명목으로 16억 파운드(약 2조원) 지역구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2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의 투표를 앞두고 합의안 가결을 위해 한 표가 절실한 메이 총리의 다급함이 담겨있는 정책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16억 파운드 규모의 ‘stronger town fund’(지역 발전을 위한 기금)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영국 북부와 중부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구에 7년에 걸쳐 일자리 창출과 인력 양성, 지방 경제 부흥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진 곳으로, 노동당 의원들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1월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낙후 지역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무기로 제1야당 노동당 일부 하원의원의 설득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총리실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고, 정부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2달 여 만에 구체적인 안을 담을 지원 계획이 발표된 셈이다.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가 브렉시트 뇌물을 지급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메이 총리의 자금 지원 계획은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앞두고 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뇌물을 주는 격”이라며 “정부의 절박함만 단적으로 보여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메이 총리는 합의안 가결을 위해 노동당 의원들의 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초 여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했고, 지난 1월 치러진 하원투표에서는 해당 합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차 국민투표까지 거론되며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최근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에게 제시할 절충안을 작성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여당 강경파들이 돌아오면서 메이 총리는 노동당 표 일부를 확보하면 합의안 통과 가능성도 점칠 수 있게 됐다. FT는 “노동당 표 20~30개만 확보하면 합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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