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 빈소 표정
패혈증으로 사망
연예·종교계 등서 보낸 조화 200여개 빼곡
"전국 규모 조폭 시대 사실상 막 내려" 해석도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태촌씨의 빈소 입구에서 김씨의 지인들이 사진을 찍는 기자를 막으려 손을 내젓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
"형님 오셨습니까?"
짧은 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30여명의 건장한 남성들. 30초 단위로 빈소 방문객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이들을 먼 발치에서 무전기를 든 채 유심히 지켜보는 사복 경찰들.
'양은이파' 'OB파'와 함께 1970~80년대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던 '범서방파'를 이끌다 5일 새벽 숨을 거둔 고(故) 김태촌(64)씨의 빈소는 주말 내내 조문을 온 조직폭력배와 만약에 있을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기 중인 경찰들이 한 데 엉켜 북적거렸다.
폐렴과 갑상선 질환으로 2011년부터 투병 생활을 해 온 김씨가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20호실에 차려진 빈소에는 조폭 30~40명이 상주했으며 경찰도 전ㆍ의경 1개 중대를 포함해 관할 송파서 강력팀 형사와 서울경찰청 폭력계 형사 등 150여 명을 투입하며 비상대기 해 적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6일 오후까지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만 1,300여명. 하일성 KBS N프로야구 해설위원, 탤런트 임혁씨 등이 가장 눈에 띄었다. 빈소 앞에는 부산 영도파 천달남, 칠성파 이강환 등 폭력조직 보스들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가수 설운도씨, 전 WBC 세계챔피언 염동균씨, 강동희 동부프로미 농구단 감독 등이 보낸 조화 200여 개가 빼곡히 세워졌다.
지인의 빈소를 방문하러 왔다는 정모(59)씨는 "밖에서 조문객끼리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무서워 눈을 안 마주치고 있다"며 "지인의 장례식장이 바로 위층(3층)인데도 오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현장에 대기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2011년 10월 인천의 한 조폭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졌던 난투극 같은 비상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등이 조문을 온다는 소식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김씨의 한 측근은 "조문객이 한꺼번에 몰려 돌발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인 날인 8일까지 손님을 분산해서 맞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3대 폭력조직을 이끌며 각종 정치적 사건에 관련됐던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전국구 조폭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년 넘게 폭력조직을 전담해 온 경찰 관계자는 "양은이파 조양은은 해외 도피 중이고 1980년 대 후반 도미한 OB파 이동재는 70대 고령"이라며 "김태촌 역시 최근 몇 년간 수감 생활로 조직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고 조직도 사실상 와해돼, 이번 장례식을 계기로 과거 조직 수뇌부가 회합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유족 측이 김씨 장지를 전남 담양으로 결정함에 따라 전남경찰청 경찰관 10여명을 투입하는 등 김씨 시신이 안치될 때까지 장례 행렬을 예의 주시할 계획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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