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20분 빠른 출항…4분만에 요트 2대 충돌
오락가락 교신 후 갑자기 이동…안전지대 아닌 광안대교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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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만유람선터미널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6천톤)이 다이아몬드베이 요트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요트가 일부 파손됐으며 현재까지 1명이 갈비뼈가 다치고 2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2019.2.28/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박세진 기자 = 지난 28일 오후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러시아 선박의 동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정시간 보다 빠른 출항 이후 용호만 부두에 있는 바지선과 요트 2대를 연달아 들이받았다. 사고 후 멈췄던 선박은 갑작스럽게 이동을 시작하더니 광안대교로 돌진했다.
1일 해경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는 지난 달 28일 오후 4시 용호부두를 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보다 20분 앞선 오후 3시40분쯤 용호부두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다.
예정보다 빠르게 항해에 나선 러시아 선박은 출항 3~4분 뒤인 오후3시44분쯤 인근 용호동에 정박돼 있던 다이아몬드베이 마이더스호 722호와 725호 등 요트 2척과 바지선 일부를 들이받았다.
마이더스호는 한 척 당 시가가 35억원에 달한다. 이 사고로 722호는 오른쪽 선미가 깨지고 파공(구멍)이 생겨 물이 차는 피해를 입었다. 또 725호는 선수(뱃머리) 오른쪽 측면 부분이 일부 파손됐다.
당시 마이더스호에 탑승해 있던 선원 중 한 명은 갈비뼈 파손으로 입원했고, 다른 2명은 찰과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해경은 이들에게 진단서를 요청한 상태다.
사고는 119를 경유해 오후3시44분쯤 해경에 신고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부산항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를 통해 씨그랜드호를 호출하며 사고 상황을 확인했다.
동시에 관할인 광안리 파출소는 45분쯤 현장에 연안 구조정을 급파, 57분쯤 현장에 도착해 선원 2명을 구조했다.
이때까지 러시아 선박은 부산항 VTS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4시1분쯤, 씨그랜드호는 부산항VTS에 예인선 2척을 요청했다. 요트 2대를 들이받은 것을 인지하고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분 뒤인 오후4시2분 씨그랜드호는 부산항VTS에 "문제없다. 요트 충돌이 아니다"라고 '알 수 없는' 재교신을 했고, 이후에는 부산항VTS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인 오후4시2분 마이다스 725호 선장은 "우현선미 침수로 안전지역에서 배수작업이 필요하다. 자력 이탈이 불가능하다"며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고, 해경은 안전구역으로 요트를 이동시켰다.
요트를 들이받은 후 움직임을 멈췄던 러시아 선박은 오후 4시15분쯤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해경은 선박이 안전해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광안대교를 향해 돌진하며 다리 하판에 충돌했다.
이 같은 선박 이동을 두고 일부에서는 요트를 들이받은 선박이 도주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해경 조사 결과 선장은 혈중알코올농도 0.086%로 측정됐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인 0.0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해경은 사고 당시 선박을 직접 운항했는지 여부와 함께 요트를 들이받은 것과 관련해 도주 의도 등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현재 선장 A씨는 "광안대교를 충돌한 이후에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업무상 선박파괴죄, 상해죄, 해사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pk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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