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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버닝썬 사태

폭행사건으로 시작한 ‘버닝썬 100일’…한국사회 흔들 ‘게이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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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폭행 사건이 각종 의혹으로…‘지구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약물 성폭력, 경찰과 유흥업소 유착, 마약 의혹 일파만파

사건의 진실만큼이나 버닝썬이 보여준 사회 병폐 직시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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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지구대에서 시작된 일명 ‘버닝썬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버닝썬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의 폭력,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경찰 유착, 성접대 의혹으로 까지 번지고 있으며, 마약 흡입을 둘러싸고 유력 정치인의 주변인 이름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버닝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려 버닝썬 주요 관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는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하려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지난 27일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지요. 북미 정상의 만찬이 열린 날이었음에도 ‘승리’ 관련 검색어가 포털의 실시간검색어를 차지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사건 초기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버닝썬 직원 조아무개씨가 과거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 이아무개씨에게 마약을 판매한 주요 공급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씨의 입에서 유력 정·재계 인물이나 그 주변인들의 이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어쩌다 이렇게 커진 걸까요? <한겨레> 24시팀 이준희 기자가 하나씩 친절하게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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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폭행 사건에서 약물 이용한 성폭력 논란까지


버닝썬 사건은 애초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게시글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한 남성이 클럽 ‘버닝썬’에서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이 되레 신고자를 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겁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11월24일이었습니다. 글을 올린 김아무개(28)씨는 이 클럽에서 “곤란에 빠진 여성을 도우려다 클럽 이사에게 폭행을 당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을 체포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글이 올라온 초반에는 누리꾼들도 “이런 사건은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커지기 시작한 건 지난 1월28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씨가 클럽 앞에서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보도한 뒤입니다. 김씨의 말에 신빙성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단순폭행 사건이 역삼지구대와 클럽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게 됩니다. 경찰은 “김씨가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려 초동 조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 동의자가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겼습니다.

버닝썬은 직원의 폭행을 사과했습니다. 다만 김씨의 주장과 달리 김씨가 클럽 여성을 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끌어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실제 김씨가 글을 올린 7일 뒤 2명의 여성이 강남경찰서에 김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물론 김씨는 성추행을 부인했습니다. 사건이 최초 폭행 원인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퍼지면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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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원인에 대한 진실 공방과는 별개로, 언론과 여론은 클럽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약물 흡입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빈번하다는 폭로가 쏟아졌습니다. ‘클럽에 들어가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클럽 직원이 옆에 누워있었다’ ‘클럽 직원들이 이때 사용되는 약물인 물뽕(GHB)을 판다’ 등 물뽕이 성범죄에 이용된다는 증언들이었습니다. GHB는 마약의 일종으로 복용할 때 음료수 등 액체에 타서 마신다는 이유로 물뽕이라고 불립니다. 무색·무취에 알코올에 넣어 마시면 10∼15분 뒤에 취한 듯한 상태와 함께 몸이 이완되고 기억을 잃습니다. 24시간 안에 몸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힘들어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암암리에 약물을 공유하고 판매한다는 증언이 나왔고, 클럽에서 손님을 모으기 위해 직원들이 물뽕 사용을 묵인하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에 협조한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결국 물뽕으로 시작된 약물 논란은 마약류 일반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클럽 내에서 엠디(MD·Merchandiser)로 불리는 직원들이 마약을 유통한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클럽 엠디는 소비자의 클럽 입장과 테이블 예약을 돕는 영업직인데, 클럽 규모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명의 엠디가 있다고 합니다. 클럽 버닝썬의 엠디인 ‘애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의혹에 신빙성이 더해졌습니다. 경찰은 애나의 집을 압수수색해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 여러병과 백색 가루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입니다.

문제는 애나가 버닝썬 논란을 촉발시킨 김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명 가운데 1명이었다는 겁니다. ‘강제추행을 해서 김씨를 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 일어났다’는 버닝썬의 주장에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씨를 강제 추행 가해자로 지목함으로써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클럽과 애나가 짠 게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버닝썬의 폭행과 별개로 김씨의 강제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애나 외에 다른 한 명은 일반인”이라며 “2명 외에도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이 공공연한게 유통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아무개씨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문호 대표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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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된 버닝썬의 112신고…경찰과 유착했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클럽과 경찰이 유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더 거세졌습니다. 경찰과 유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버닝썬이 어떻게 정상영업을 할 수 있었겠냐는 주장입니다.

버닝썬을 둘러싼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냐고요? 112 신고내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2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클럽 버닝썬 개장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112 신고 현황’을 보면, ‘버닝썬’과 버닝썬이 위치한 호텔 이름인 ‘르메르디앙’으로 검색된 신고 건수는 모두 122건입니다. 신고 내용을 보면 △납치감금 1건 △마약 1건 △성추행 피해 및 목격 5건 △폭행 피해 및 목격 33건 △미성년자 의심 3건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가운데 신고 대상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은 모두 8건입니다. 한 전직 경찰은 “술을 먹는 클럽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달에 10건꼴로 112 신고가 들어왔다면 신고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버닝썬, 성폭력·마약·납치감금까지 1년 새 122건 신고)



게다가 버닝썬 투자사의 대표 최아무개씨가 최근까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대표 최씨가 ‘경찰 민원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버닝썬’ 투자사 대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 최 대표는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의 대표로,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했습니다. 당시 버닝썬의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아직 이같은 지분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최 대표의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의 42%를 소유한 주요 주주인 셈입니다.

경찰청 예규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을 보면,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의 경찰발전위원 위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지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최 대표가 지난해 12월31일 경찰발전위원에서 해촉됐다고 덧붙였지만, 버닝썬 사건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이었습니다.

‘경찰에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 진술이 폭로되면서, 경찰과 버닝썬 유착 의혹은 정점을 찍습니다. 금품 전달책 이아무개씨가 지난 20일 <문화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버닝썬 이아무개 공동대표가 버닝썬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돈을 건넸고, 자신이 그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겁니다. 이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전직 경찰 출신 강아무개씨 지시로 이 공동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경찰에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보도 직후 광역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경찰 강씨와 전달책 이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은 48시간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수사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고, 강씨와 이씨는 현재 풀려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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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이 승리? 외면해온 사회 병폐 직시해야


27일 승리의 경찰 출석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승리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 누리꾼들은 승리와 애나, 승리와 이문호 버닝썬 대표 등이 함께 찍은 사진·영상 등을 공유하며 승리가 이들과 깊은 관계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사임하긴 했지만, 승리는 버닝썬의 사내이사이기도 했죠. <에스비에스>(SBS) 연예매체 ‘funE’는 지난 26일 카카오톡 대화를 근거로 승리가 강남 클럽들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까지 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승리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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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출석한 승리는 “심려를 끼쳐드리고 많은 분들은 화나고 심란하게 해 죄송하다.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조사에 임하겠으며, (마약 검출을 위한) 모발 검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승리 쪽 변호인은 승리가 소변을 이용한 마약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강조 중입니다. 소변 검사는 1달 이내에 마약 투입을 했을 때 양성 반응이 나옵니다. 경찰은 2~3년 전 마약 투여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승리의 모발 검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결과는 2~3주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승리 쪽의 ‘마약 음성 판정’ 홍보가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승리가 마약을 했는 지가 아니라, 버닝썬이 클럽 내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을 용인했냐는 겁니다. 또 그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냐는 것이죠. 승리는 ‘이름만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만큼 승리는 불법들을 묵인·방조 혹은 지시했다는 의혹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오는 3일은 김씨가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11월 24일로부터 꼭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기간 동안 버닝썬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들을 던졌습니다. 무엇보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클럽 내 성폭력, 여성착취에 기반한 유흥업, 마약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 왔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렸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밝혀진 사실 보다 의혹이 더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문제들은 아직 더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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