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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檢 '양심적 병역거부' 판별법…총쏘는 게임 했는지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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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재판부에 병역거부자 게임 이용 사실 조회 요청

검찰 "특정 게임은 폭력적 성향으로 종교적 양심에 위배"

일부 네티즌 "게임 한다고 폭력적이거나 전쟁 찬성 아냐"

중앙일보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중앙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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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나 서든어택 등 전투 온라인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울산지검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11건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관련한 사건 담당 재판부에 ‘온라인 게임 가입과 이용 사실’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진정하게 성립된 양심을 따른 것이면 정당한 병역거부”라며 무죄 취지로 판단한 이후 그동안 중단돼 있던 관련 1심 재판이 전국적으로 속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정당한 병역거부인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전투 관련 온라인 게임을 지속해서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쟁점이 되는 것이다.



27일 울산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울산지법에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11건의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게임 가입과 이용 사실’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했다.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판단하는데 특정 게임을 즐긴 기록을 참고해 달라는 의미다. 울산지검이 조회 대상으로 지목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콜오브 듀티 블랙 옵스 4, 오버워치, 디아블로,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등 8종류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해 해당 게임 업체에 병역거부자의 게임 가입 여부, 가입 시기, 이용 기간과 시간 등의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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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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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들 게임이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승리 목표나 수단으로 삼고 전투나 경쟁을 기반으로 승리를 쟁취한다는 점에서 폭력적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대법원이 게임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할 때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시해 사생활을 판단 자료로 삼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평소 살상이나 전쟁 관련 게임을 즐겼다면 이것은 모순”이라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면 공적 생활뿐 아니라 사적 생활인 온라인 게임 등 가상공간에서도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양심의 깊이와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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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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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게임의 접속 횟수나 이용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폭력적 성향이 드러나면 병역 거부 사유가 없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사람 중에도 집총이나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개인적 양심을 굽혀 자신을 희생해 병역 의무를 지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런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검증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설정한 가상의 상황을 실제 전쟁이나 군사훈련과 연관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등 각종 온라인 게임을 하는최모(43·창원시 의창구)씨는“배틀그라운드 등 전투나 전쟁과 관련된 온라인 게임을 한다고 해서 모두 폭력적인 성향을 갖고 있거나 전쟁에 찬성하는 것이 아닌데 그걸 양심적 병역거부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 매몰돼 스스로 논리 비약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울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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