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수사 한창인데… 온라인에서 마약 판매책 접선해 보니

“단속이 심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비밀 포장으로 택배기사님도 모릅니다.”

26일 오전 마약류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를 판매하는 업자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고객을 가장한 기자가 “요즘 단속이 심해지지 않았냐”고 우려하자 판매자는 “배송팀이 서울 이곳저곳을 돌며 택배 회사를 바꿔 배송한다”며 안심시켰다. 이 판매자는 “작업용으로는 ‘물뽕(GHB의 은어)’이 최고다. 지속 시간은 4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GHB는 중추신경억제제의 일종으로, 술과 함께 복용하면 환각 증세와 함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접촉한 마약류 판매자들과의 텔레그램 대화

‘버닝썬’을 비롯해 서울 일대 클럽에서의 약물 투약과 성범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지금도 마약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포털사이트나 SNS에 마약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지 30분만에 6명의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다. 가장 빠르게 연락이 온 판매자는 12분, 6명 전원이 1시간 이내로 답장을 보내왔다. 일부는 기자의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구매를 할 것이냐”며 되물었고 “오늘 발송돼 내일 바로 받아볼 수 있다”고 구매를 권유했다.

판매자들은 마약이 성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홍보했다. 기자가 ‘작업용’으로 구매를 원한다고 하자 “클럽에서 쓰기는 최고다” “성욕을 높여주면서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판매자는 ‘흡입형 제품’을 추천했다. 클럽 등에서 환각제로 사용돼 온 이 약물은 복용시 의식상실이나 심장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2016년 마약류로 지정됐다. 이 판매자는 “방안이나 차안에 10분간 (뚜껑을) 열어두면 흥분 상태가 돼 본능적으로 관계를 원하게 된다”고 했다.

정춘숙 의원실, 식품의약안전처 제공

2017년 6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렇게 마약 판매를 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마약을 실제로 판매하지 않고 광고만 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 상의 마약류 판매 광고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온라인 마약류 판매 단속현황’을 보면, 마약류 판매 사이트(SNS 포함)는 2016년 1310건, 2017년 1328건, 2018년 1487건으로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GHB를 비롯해 약물 성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식약처 단속에 걸린다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단속 건수는 1년에 1000건이 넘지만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건수는 10건 내외”라고 말했다. 마약류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는데다가 대포통장, 대포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판매자의 소재지, 계좌번호 등 신상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초점도 ‘유통책 검거’에 맞춰져있다보니 광고 행위만 따로 단속하지는 않는다. 경찰청 마약계 관계자는 “SNS 등에서 마약 판매 광고를 보고 접촉을 시도한 후 판매자 대포통장이나 전화번호 등을 확보한 뒤에야 추적 수사에 돌입한다”면서 “검거 후 실제 마약 거래가 이루어졌으면 판매나 투약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광고행위(미수)로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마약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마약 범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춘숙 의원실이 경찰청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온라인 마약류 사범 검거 건수는 각각 800→968→1120→1100→1516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새 2배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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