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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자이언 윌리엄슨의 찢어진 농구화와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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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53] 지난주, 미국 스포츠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매치업은 듀크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간의 NCAA 맞대결이었다. 최고의 농구 명문 대학 중에서도 손 꼽히는 두 대학의 라이벌전 올시즌 첫 경기는 미 전역을 흔들었다.

2월 21일(한국시간) 펼쳐진 이 경기의 입장 티켓은 2차 마켓에서 NFL 슈퍼볼 입장료에 버금가는 가격을 기록했고, 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수 많은 셀럽들이 찾아왔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미국 최고의 스포츠 라이벌전인 이날 경기에 더욱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은 이번 시즌 NBA 데뷔와 신인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한 자이언 윌리엄슨의 노스캐롤라이나전 데뷔 무대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이언은 미국 대학농구에서 가장 총망 받고 있는 유망주로, 그에 대한 농구 팬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는 1학년으로 26경기에 출전해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20점이 넘는 평균 득점과 9개에 육박하는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자이언이 특별한 이유는 기록 외에서 보여주는 운동능력과 신체 조건 때문이다.

2m의 키는 빅 맨으로서 다소 작은 편이라, 혹자들은 그의 NBA 성공 여부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1m 가까이 수직 점프할 수 있으며, 자유투 라인에서 가볍게 덩크 할 수 있는 엄청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자이언의 체중은 130kg을 넘는 데, 이는 현역 NBA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가장 무거운 수준이다.

단순히 체중만 많이 나가는 것이라면, 별의미가 없겠지만, 강력한 근육으로 무장해 림 위를 '날아다니는' 선수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NBA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때문에 미국 프로농구 팬들은 그를 현존하는 최고의 NBA선수인 르브론 제임스에 비교하기도 하며, 듀란트를 포함한 현역 NBA 선수들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극찬하고 있다. 게다가 르브론을 포함한 NBA 최고선수들이 30대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2000년생으로 만 18세의 자이언의 등장은 분명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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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온 윌리엄슨(Zion Williamson) /사진=AP Photo


하지만 자이언의 전국구 무대 데뷔전은 경기시작 35초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코트를 침투하던 자이언은 갑작스럽게 미끄러졌고, 고통스러워하며, 일어나지 못했으며, 그게 이날 코트에서의 자이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상대의 공격성공 이후에도 여전히 쓰러져 있던 그의 나이키 농구화는 밑창이 찢어진 채 양말이 보였는데, 엘리트 스포츠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나이키는 세계 최고의 운동용품 브랜드 중 하나로, 모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절반이 훌쩍 넘는 농구선수들이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있으며 조던 이나 르브론 등 최고의 NBA 스타들의 이름을 딴 농구화를 출시하며 크게 히트시켜 왔다. 선수들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하는 것은 스포츠마케팅 인도스먼트의 한 형태로, 나이키는 이로인해 수십년간 큰 재미를 보아왔다.

인도스먼트는 후광효과(Hallow effect)에 기초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모델이 주는 이미지를 제품과 동일시 내지 투영하며 제품을 구매한다. 이 때, 선수가 주는 신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다른 분야와 달리 해당 선수의 전문 분야나 전문 제품이라면 그 신뢰도는 절정에 달하기 마련이다. 마이클 조던이 광고하는 보험회사 광고와 마이클 조던이 광고하는 농구화 광고는 그 무게감이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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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온 윌리엄슨(Zion Williamson) /사진=연합뉴스


자이언이 신고 있던 농구화는 나이키 농구화의 폴 조지 라인이었다. 폴 조지와 나이키는 불과 몇 주전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폴 조지 라인은 NBA 선수들도 많이 신는 제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자이언은 물론이고, 폴 조지와 나이키에게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사고 직후, 나이키의 주가는 2% 가까이 떨어졌고 모델인 폴 조지까지 유감을 표명해야 했다. 그 정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나이키의 농구화, 특히나 폴 조지 라인의 제품들은 상당기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마케팅에서 인도스먼트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선수의 후광효과에 의존하는 만큼 제조사들은 선수가 일으킬 수 있는 사건 사고에 늘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이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 반대의 양상이자 아주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제조사, 그것도 세계 최고의 용품사의 품질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이로 인해 모델인 선수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영역을 막론하고 세계 최고의 마케팅을 보여주었던 나이키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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